▲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5도7476 판결


1. 사건의 경과

2011년 5월께 철도노조 산하 성북열차승무지부는 해고자인 이○○을 지부장으로, 청량리전기지부는 역시 해고자인 홍○○을 지부장으로 선출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위 선출결의가 철도노조 규약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시정명령을 신청했고 동 지청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당시 위원장이던 피고인에게 시정할 것을 명했다. 피고인과 철도노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시정명령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이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철도노조의 규약과 활동, 조합원의 범위 등에 비춰 보면 철도노조가 기업별노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한국철도공사라는 하나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철도 관련 산업 및 업체에 종사하는 자 모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산업별노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하면서 “철도노조 규약 제7조의 한국철도공사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는 문언만을 가지고 이 규약이 한국철도공사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철도노조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취지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선출결의가 철도노조 규약 제7조·9조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1호와 4호 라목 본문에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돼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 외에 일시적인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되고 노조법 제2조4호 라목 단서는 일정한 사용자와의 종속관계가 전제되지 아니하는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이 아니라 기업별노동조합의 조합원이 해고돼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각주1)을 재차 확인했다.

3. 판결의 의미

노동조합이 규약에 위반한 결의나 처분을 할 경우에 그 시정명령은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어야 절차가 개시되는데, 이 사건에서 한국철도공사가 이해관계인에 해당될 수 있는지도 쟁점의 하나였으나, 대법원은 선행 쟁점에 대해 판단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판단하지 않았다.

동 조항의 입법 취지는 일반적으로 ‘조합운영의 민주성 및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이러한 입법의 취지 내지 목적을 고려하면 단지 노조의 결의 또는 처분으로 사실적·간접적 영향을 받을 뿐인 자는 이해관계인이라고 할 수 없고 노조의 의결·처분으로 인해 자기의 권리를 침해받아 피해를 입을 염려가 있거나, 자신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받을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해 의결·처분의 시정에 직접적이고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여야 한다. 사용자인 철도공사는 이해관계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재차 기업별노조가 아닌 직종·업종·지역·산업노조 등에는 해고자·실업자·구직자가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근로기준법 제2조1항1호), 노조법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라고 정하고 있다(노조법 제2조1호). 근로기준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해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동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 반면 노조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동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근로자의 개념을 상이하게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개념과 달리 노조법 제2조1호의 ‘근로자’는 반드시 사업 또는 사업장에 현실적으로 고용돼 있는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고 해고된 근로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을 받아 생활할 의사나 능력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학계의 견해이자 판례다.

교원과 공무원의 산별노조인 전교조나 공무원노조가 지금 해고자가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거나, 노조설립신고가 반려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명백히 반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전향적인 해석이나, 관련 법률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이 사건 시정명령의 근거가 된 노조법 조항은 조합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해 행정관청이 직권으로 개입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노조 내부 운영에서 위법, 규약 위반이 있다면 이는 노조 내부의 민주적 운영절차에서 시정되거나, 이것이 어려울 경우에 최종적으로 법률적 당사자가 사법절차를 통해서 시정되면 족하지,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국가권력이 개입해 위법 여부를 판단 내리고 나아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한 위 조항은 위헌적이다. 이 사건 시정명령은 2009년 철도노조 파업 이후 일련의 철도노조 탄압의 하나로 제기된 것이었는데, 이처럼 국가권력의 노조 탄압과 길들이기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노동부가 하고 있는 단체협약 시정명령도 마찬가지이다. 단체협약은 노사 사이에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상호 교섭과 양보를 통해 합의에 이른 내용으로서 양 당사자가 준수할 것을 약속한 내용이다. 양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 행정관청이 개입해 그 내용에 합의한 당사자들에게 내용의 변경과 수정·삭제를 요구하는 제도는 오히려 노사 간의 분란과 대립을 조장할 뿐이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강행법규 및 공서양속(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경우 그 효력은 부인되고 있다.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은 단체협약이 위법해 무효인 경우라면 그 적용의 여지가 없고 오히려 노사 사이에 자율적인 교섭 결과의 산물인 단체협약을 통해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조정된 상태를 깨뜨리는 효과만을 가져온다. 단체협약의 위법성 여부는 이후 노사 간 자율적인 교섭조정을 통해서 시정되거나, 분쟁이 됐을 때 최종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이전에 단체협약 각 조항의 실제 효력 여부와 상관없이 추상적인 규범통제와 같은 형태로 그것도 행정관청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결여하고 있다. 헌법상 노동 3권 보장의 취지에 비춰 간과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점은, 노사 간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 조항의 효력 유무를 행정관청의 후견적인 감시와 승인 여부에 맡기는 것은 노사 간 자율적인 교섭·타협의 조정과정을 거쳐 해결하고자 하는 노동 3권 보장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최근 단체협약 개입은 국가권력이 사용자편에 서서 노조 탄압 용도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

각주
1) 대법원 2004.2.27 선고 2001두8568 판결, 대법원 2016.1.28 선고 2012두1582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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