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연 공인노무사(정의당 정책미래내각 노동부 사무국장)

“노예예요. 노예.”

제보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패밀리 레스토랑업계 매출 1위를 달리는 이랜드파크 애슐리가 신종 열정페이의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애슐리는 연차휴가(수당) 미부여·미지급, 휴게시간 미부여, 근무시간 ‘꺽기’, 10분 스탠바이 시간은 물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6조(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 제한) 3항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근로계약시간을 실제보다 1시간 늘려 잡은 후 ‘조퇴’로 처리하는 꼼수를 부렸다.

국감에서 관련 문제가 지적된 이후 애슐리 외 자연별곡·피자몰·더카페 등 이랜드 소속 외식업체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노동자들의 부당한 노동권 침해사례 제보가 잇따랐고, 지금도 제보는 계속되고 있다.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이 공통적으로 확인됐고, 이외에도 열 가지가 넘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례가 추가로 제보됐다.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을 다수 확인하고 애슐리를 포함한 이랜드파크 21개 브랜드 직영점 360곳을 근로감독했다. 현재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많은 문제점 가운데서도 임금체불은 심각한 수준이다. 매장 알바노동자뿐만 아니라 관리자인 매장 점장조차 연차휴가(수당)와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이랜드 외식사업부에 일했던 노동자도 수년 동안 연장근로수당을 못 받았다. 연차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은 퇴직금 산정 때 포함해야 하므로 임금체불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1만명 넘게 일하고 있는 이랜드 외식사업부 전체 노동자를 놓고 보면 그 액수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휴게시간을 전혀 부여하지 않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이 계속되고 있고, 사측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조합이 탄압받고 있다.

‘이랜드’스러운 인사노무관리 언제까지

2000년 3월 이랜드는 부곡물류센터 비정규 노동자 외주화를 시도했다. 노조는 265일 동안 파업으로 맞섰다. 그 뒤 회사는 지속적인 노조 탄압을 자행했고, 조합원수는 급감했다. 비정규 노동자와 ‘3·6·9개월 계약’을 맺고 기간이 다하면 해고했다.

2007년 7월에도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을 앞두고 뉴코아 노동자 용역전환을 발표하고, 홈에버 비정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다. 노조는 “비정규직 차별과 해고를 중단하라”며 512일 동안 파업을 전개했다. 다음해 9월 홈플러스테스코에 홈에버를 매각했다. 이 내용은 영화 <카트>의 줄거리가 된다.

예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거나 "국가에서 우선시해야 할 것은 성장보다 분배다" 또는 "여성공무원 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그렇다 또는 그렇지 않다)이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2013년 이랜드 채용 인·적성 검사 질문인데, 당시 정치 성향을 묻는 내용을 다수 포함시켜 논란이 됐다. 청년실업난 속에 지원자들은 취업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답변을 할 수밖에 없음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기독교계 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 계열사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지적된 특정종교 강요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과정에서도 이랜드는 "기독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경제관념이 더 좋을 것이다"(그렇다 또는 그렇지 않다) 혹은 "지원자가 교회를 다니면 주요 교회 항목 중 선택, 그렇지 않다면 기타를 선택하라"는 항목에 체크하도록 했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을 배제할 수도 있고, 특정 종교인을 채용할 수도 있어 차별 근거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헌법은 제20조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종교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신앙의 자유는 국가가 국민이 종교를 가질 권리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를 갖지 않을 권리까지도 넓게 보장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헌법재판소 2000헌마159 참조). 국가인권위원회법(2조3호)·근로기준법(6조)과 고용정책 기본법(7조1항)도 각각 고용과 모집·채용에서 특정 종교·신념·정치적 의견·정당 가입 여부 등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리경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해야

이랜드는 체불임금부터 정확히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 현재 온라인을 통한 체불임금 접수 사실을 아는 퇴사자가 얼마나 될까. 법적 책임 준수는 물론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경영에 기반을 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노동부는 제대로 된 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위법사항을 엄격히 사법처리해야 한다. 또한 사실상 폐기된 청소년·프랜차이즈 집중근로감독과 프랜차이즈 본사 법 위반 내역 통보사업도 확대 실시해 애슐리 같은 노동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근로감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