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단체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고발했다.

문화연대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을 비롯한 12개 문화예술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특검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1월2일 회의에서는 "영화계 좌파 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은 정황이 적시돼 있다. 같은해 9월에는 세월호 생존자 구조작업에서 정부 무능함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차단하도록 모의하고, 계획이 불발되자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들은 김 전 실장의 이 같은 행위가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와 강요·업무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피고발인에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광용·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서병수 부산시장 등 9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검열과 탄압을 일삼으며 최순실·차은택 등 비선실세가 국고를 남용하도록 공조하고 이를 문화융성으로 포장했다"며 "문화의 이름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시대의 아픔을 표현한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낙인찍으라 지시한 김기춘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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