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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비망록에 담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전교조 초토화한 뒤 쉬운 해고 신호탄 쐈다민주노총 동향파악에서 정규직 과보호까지 언급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일지)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초법적·제왕적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논의된 노동·고용 관련 내용은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계획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나마 논의된 것들은 민주노총과 병원 노조들의 파업 동향, 복지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 정상화에 대한 노동계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뜨거운 감자였던 이른바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휴일근로시간 할증률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 정규직 과보호론 유포 계획이 나온다. 201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월 초까지 청와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고, 노동현안은 어떤 게 있었는지 비망록을 통해 살펴봤다.

병원 노조 파업에 ‘촉각’

비망록이 기록된 첫날인 2014년 6월14일에는 “민주노총 동향주시-하투 보건의료노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후 비망록에는 병원 노조 파업동향이 잇따라 나온다.

같은달 24일에는 “보건의료노조-「의료민영화 반대 투쟁」 홍보노력 要”라고 기록돼 있다. 26일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대병원, 경북대 병원-일부 간호사 중심 「일일파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당시 보건의료 노동계는 영리병원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014년 6월24일 파업을 했고,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경북대병원분회는 같은달 27일 하루 파업을 했다. 청와대가 노동계 총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여론전을 기획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7월16일자 비망록에는 “민노총 산별노조 : 건설, 보건, 금속노조 각 1일씩 부분파업”이라고 쓰여 있다. 18일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같은달 22일 3개 산별노조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동맹파업을 했다.

8월27일에는 “금융노조 동향/공공부문노조 동향/공공병원노조 동향”이라고 적시돼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공공부문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던 시점이다. 8월30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9월3일 금융노조 총파업이 예고돼 있었다.

완성차 통상임금 협상 '예의 주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판결을 내린 뒤 2014년 들어 임금·단체교섭 갈등이 심화했다. 청와대는 통상임금 범위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7월19일자 비망록을 보면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문제”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같은달 17일 한국지엠 사측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의 교섭에서 완성차기업 사용자 중 처음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자”고 제안했다.

청와대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현대차 노사의 움직임도 주목했다. 비망록에는 △“통상임금 관련 현대차 부분파업 예상-쟁의조정 신청 상태”(8월5일) △“현대차노조-임금인상 중노위 결정”(8월12일) △“현대·기아차, 금속노조 내일 1일 부분 파업”(8월21일)이라고 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지엠 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약속한 가운데 청와대가 주요 대기업의 통상임금 협상에 적잖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엉뚱한 민주노총 계파 분석

청와대는 2014년 12월 진행된 민주노총 임원 직접선거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한 전 수석의 12월8일자 비망록에는 ‘민노총 내 3대 계파’라는 제목의 표가 부착돼 있다. 다음날인 9일은 민주노총 임원선거 투표 마지막날이었다.

작성자를 알 수 없는 표를 봤더니 청와대는 당시 민주노총 내부 정파구도를 엉뚱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첫 임원직선제가 시행될 무렵에는 종전 정파구도가 일부 재편된 상태였다.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는 크게 3개 그룹으로 분류된 종전의 정파구도와 다르게 전개됐다. 하지만 표에는 ‘국민파·중앙파·현장파’로 분류되는 기존 구도가 담겼다. 일부 주요 관계자 이름은 아예 잘못 기록돼 있었다.

김기춘, 전교조 죽이기·공무원연금 개혁 '혈안'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노동현안은 전교조 문제였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으로 추정되는 '長'이 표기된 부분에 전교조(11개)가 가장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을 내린 뒤 열린 2014년 6월19일 법외노조 통보 취소처분 소송 1심 대응부터 시작해 전교조 전임자 복직명령, 국제노동기구(ILO)·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설득작업,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국정 교과서·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교조의 움직임, 전교조 위원장 선거까지 동향을 하나하나 파악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했다. 청와대와 김 전 비서실장이 전교조 죽이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전국공무원노조 동향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비망록 9월26일자에는 “전공노 설립신고 반대 처분-항소심→기피신청”, 12월7일자에는 “전공노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공무원노조는 2013년 5월 설립신고를 한 뒤 해고자 조합원을 가입시켰다는 이유로 4번에 걸쳐 반려통보를 받았다. 노조가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끝내 패소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비망록에 따르면 그는 9월28일(“공무원연금 개혁-국민적 관심 불러일으켜 추동력 확보”)부터 12월1일(“령뜻 총장 전달-속전속결. 투트랙. 경제살리기. 연금개혁”까지 10차례나 연금개혁 추진을 지시했다.

실제 정부는 2014년 10월17일 ‘연금 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무원연금 개편 초안을 공개한 뒤 연내 개혁 완료를 목표로 밀어붙였다. 공무원 노동계는 공동투쟁 본부를 구성해 11월1일 12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하면서 반발했다. 연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서막

2014년에는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한 노사정 협상이 본격화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한국노총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다.

청와대는 2014년 6월께부터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방안을 고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6월24일자 비망록에 “한국노총 지도부-수세적 상황 변화의 시기에 대화 표류. 분위기 확보 희망. 노사정위. 대화개시의 사전정지 방법론”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2013년 12월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경찰병력이 민주노총 건물에 난입한 것에 반발해 노사정위에서 철수한 상태였다.

통상임금 범위와 근로시간단축 방안을 논의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가 2014년 2~4월 열렸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노사정 대화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한국노총 내에서는 노사정위 복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한국노총은 2014년 하반기부터 논란이 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해 8월13일 노사정위 복귀를 선언했다. 8월13일자 비망록에는 “노사정위-한국노총 오전 복귀 발표-8.19 전체회의-노동시장 구조개혁-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한국노총 복귀와 동시에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 대표를 만나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한 9월1일 노사정 간담회의 경우 비망록에는 “9·1 노사정 대표 간담회(領)”(8월26일), “領, 내일 노사대표 간담회”(8월31일)라고 언급돼 있다.

10월25일 비망록에는 “한노총 김동만 위원장-공노총 흡수”라고 기록돼 있는데,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노총과 공노총과의 통합설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11월2일 비망록에는 뜨거운 감자였던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근로기준법-휴일·연장근로 200% 지급. 개정안 신속통과 위해 원내에서 인지토록 조치 요→필 법안 리스트에 포함토록”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휴일근로수당 200% 지급은 정부·여당안이 아니라 노동계와 야당의 요구안이었다. 당시 법원 판례 추세였다. 10월2일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강조했을 수도 있다. 개정안은 판례와 달리 휴일근로수당을 150%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1월29일에는 2015년 내내 논란이 된 일반해고 관련 내용이 나온다. '長'이라는 글자가 표기된 메모에는 “정규직 과보호-여론전이 중요”라고 돼 있다.

정규직 과보호론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25일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논란이 됐다. 12월22일 정부가 발표한 ‘2015 경제정책방향’에는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계약해지 등의 기준·절차 명확화’가 담겼다. 그 다음날인 23일자 비망록에는 “노사정 회의 합의-내년 3월까지 논의”라고 적혀 있다. 같은날 메모에 “VIP 순방시 한노총 수행”이라는 문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12월 해외순방을 하지 않았다. 다음해 3월 싱가포르와 중남미 국가를 방문했는데, 한국노총은 동행하지 않았다.

이 밖에 6월25일자 비망록을 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한 산별연맹 위원장을 언급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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