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저임금이 정부 편향적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 의해 정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판국에 청와대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12일 입수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업무일지)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비망록은 2014년 6월14일부터 2015년 1월9일까지의 업무일지다. 2014년 6월20일자 내용을 보면 “6/30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 인상률 놓고 대립. 案(안)으로 投票(투표). 7% 인상 線(선)”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최저임금위는 2015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논의하고 있었다.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2014년 6월27일 새벽 7.1% 인상(5천580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사용자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투표를 통해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가 공익위원안을 내놓기 1주일 전에 이미 청와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을 고수하면서 수정안조차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 노·사·공익위원이 심의해 결정한다. 노·사·공익위원 각각 9명씩 27명이 참여한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률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인상 폭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입김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한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나 최저임금위는 정권 차원의 개입 의혹을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고용·노동과 관련한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사항으로 추정되는 ‘長(장)’으로 표시된 고용·노동 관련 현안은 29개였다. 이 중 전교조와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내용이 각각 11개와 10개를 차지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관련 대응부터 국정교과서 관련 움직임까지 김기춘 전 실장이 일일이 동향을 파악해 대응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논의된 노동의제 중 상당 부분은 이른바 ‘전교조 죽이기’에 할애돼 있었다. 그나마 거론된 것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민주노총·병원 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화나 협의가 아니라 공안 차원에서 노동현안을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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