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기관보고와 두 차례 청문회를 마쳤다. 청문회 증인들은 한결같았다. 첫날 대가성을 부인하며 “송구하다”를 되풀이하던 재벌 총수들 모습이나, 둘째 날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얼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국민은 분노했다. 아직 14~15일 3·4차 청문회가 남아 있다. 현장조사도 앞두고 있다. 조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도 있다. 기회는 더 있는 셈이다. 국회가 어떤 문제점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었다.


노동개악, 검은 거래 밝혀라
김준영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

▲ 김준영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

예상은 했지만 정말 너무하다. 나라를 이 지경에 빠뜨린 주범들이 반성은커녕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로 일관하며 국민 마음에 분노를 지피고 있다.

그나마 노동자들이 그렇게 외쳤던 ‘전경련 해체’가 그 실마리라도 찾은 것이 작은 성과다. 증인 김기춘이 노동 관련 크고 작은 건을 꼼꼼히 챙기고 지시한 흔적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 관련 부분은 아직 국정조사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국정 농단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고, 그 피해의 핵심이 국민연금을 털어먹은 삼성과의 검은 거래와 노동개악이다. 노동개악의 추악한 거래를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정경유착을 근절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노동개악이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개악의 검은 거래를 제대로 심판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재벌만 살찌우는 경제정책을 포기하고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 말고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돌파구는 없다. 국정조사위원들의 노동개악에 대한 관심과 분발을 촉구한다.

그리고 증인들도 역사의 죄인이라는 낙인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대사를 청문회 증인 중 공직자 출신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건 좋은데, 못나게 살지는 맙시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그건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국정교과서와 전교조·진보교육감 탄압 배경 밝혀야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를 통해 국정역사교과서 추진과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 진보교육감 죽이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와 김기춘이 이 사건들에 개입했다는 정황은 충분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멀쩡한 교과서를 용공·좌익 교과서로 몰아붙이며 사실을 완전히 날조했다. 일찍이 2005년께 사립학교법 개정 국면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전교조를 해충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권을 잡자마자 전교조 죽이기를 본격화했다. 전교조에 대한 공격은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통째로 박탈하는 사건과 연결돼 있다. 너무나 노골적인 노동탄압이다. 국정교과서와 전교조에 대한 집착이 병적인 수준이다. 이 모든 발언과 행동에 박근혜·김기춘 외에도 최순실로 대표되는 사교집단 내지, 비정상적인 비선권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탄압 역시 비망록에 적시돼 있다.

교육과 노동문제를 자신들의 취향이나 성향에 맞춘 뒤, 이를 국가정책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비선권력들이 어떤 네트워크를 가지고 움직였는지 청문회에서 밝혀야 한다.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비선권력의 개입 과정이 분명히 밝혀지면 국정교과서를 폐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더 높아질 것이며, 전교조 탄압 역시 무효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질 것이다. 국회는 진실을 규명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삼성과 최순실 일가를 위한 의료민영화 정책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고 정유라에게 35억원과 추가로 43억원, 장시호에게 16억원을 지원했다. 삼성은 왜 이처럼 거액을 지원했을까. 최근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는 차움병원, 차병원 그룹의 지주사인 차바이오텍에는 이른바 삼성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최순실과 박근혜는 차움병원을 고리로 대리처방을 비롯한 불법 진료를 받았다. 이러한 불법 진료를 제공한 의사와 의료기관은 정부의 의료규제 완화 및 특혜를 받는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국정을 농단한 것이다. 박근혜는 2016년 1월 차병원그룹이 운영하는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6개 부처 합동 업무보고를 받았다. 차병원은 이란과 중국 방문 때 경제사절단으로 뽑혀 동행하는 특혜를 입었다. 특히 지난 5월 복지부는 체세포 복제배아연구를 조건부 승인했다. 차병원은 연구중심 병원으로 선정돼 192억5천만원의 국고지원금을 받았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정권은 2013년 12월 보건의료산업 활성화라는 이름 아래 대대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을 내놓았다. 의료법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리목적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또한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했고, 의료법인을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관 인수합병 허용,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원격의료 도입, 의료해외 진출법 제정,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제정, 규제프리존법 제정 등 갖가지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최순실 일가나 차병원그룹의 직접적인 이해가 걸려 있는 정책들이다. 따라서 이번 특검에서는 삼성과 차병원 그룹에 대한 정부 특혜, 차병원그룹의 성장을 둘러싼 의혹, 특정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의료민영화 정책이 추진된 것이 아닌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공공부문이 희생됐다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청와대 위의 청와대였다. 국정 전반에 걸쳐 사실상의 컨트롤타워로 작동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은 광범위하다. 그 중심에 공공부문 정책과 노동정책이 악용됐다는 것이 분명한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부터 현 정권의 공공부문 개혁 방향은 ‘합리화’ 정책이었다. 효율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공기관 협업 활성화, 부채관리강화, 자율·책임경영보장, 일자리 확대, 국민의 공공기관 직접 감시체계 구축 등이 핵심 정책이었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2013년 하반기 정기국회부터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공공부문 과다부채의 주범을 부실경영과 과다복지로 둔갑시켜 소위 정상화 정책을 추진했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국민여론과 전문가 토론을 거쳐 확정한 합리화 정책이 아무런 이유 없이 급작스럽게 정상화 정책으로 둔갑됐다는 점을 볼 때 정상적인 국가정책 결정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 비선실세의 개입에 의한 국정농단이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강도 높게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던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역대 가장 많은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점, 특히 마사회를 비롯한 콘텐츠진흥원 등 비선실세의 사익추구와 관련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또한 이번 청문회를 통해 분명히 확인돼야 할 것이다.

노동개혁으로 둔갑한 임금체계 개편을 비롯한 노동개악 정책과 에너지산업 민영화 정책 등 주요 정책들이 전경련으로부터 뇌물을 상납받은 대가였다는 점도 밝혀내야 한다.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부문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가 강행됐고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크게 후퇴한 점도 국정농단 행위로 청문회에서 밝혀져야 할 것이다.


노동개악 뒷거래 뇌물죄 해당
한창규 금융노조 전략기획본부장

▲ 한창규 금융노조 전략기획본부장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뿐 아니라 책임감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반드시 밝혀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대기업들의 최순실 지원을 대가로 노동개악 정책들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정황은 명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차례 재벌 총수들을 독대해 최순실에 대한 지원을 독촉했고, 재벌들은 제각각 민원 해결을 청원했다. 미르재단의 뒷배였던 전경련이 만든 일반해고, 즉 저성과자 해고 합법화 요구안은 재벌들의 기부금 납부 이후 그대로 정부 정책으로 둔갑해 40만 금융·공공노동자들의 목에 칼을 겨눴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이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재벌들은 각자 그룹들에 관한 민원은 대통령에게 직접 청원했을 테지만 저성과자 해고 합법화라는 그들 공통의 이익을 위한 노동개악 뒷거래는 전경련을 창구로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또한 뇌물죄에 해당할 것이다. 성과연봉제는 최순실과 관련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아직도 헌정파괴 정권의 부역자를 자처하고 있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반드시 이 부분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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