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현재 상황을 두고 많은 시민들은 “역사적인 장면을 맞이하고 있다”고들 평한다. 국회에서는 청문회가 한창이다. 그리고 9일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진행된다. 광장을 가득 메우던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갔다. 이미 많은 이들은 진을 쳤다.

시민들의 주장은 간명하다. “똑바로 투표하라”는 주장이다. “진행 중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진실을 밝혀 달라”고 외치고 있다. “의회의 책무를 다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며칠간 진행된 청문회 모습을 보자면 이러한 시민들의 희망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청문회 현장에서는 오늘의 사태에 대한 인식과 해결을 위한 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럴 거라면 굳이 청문회는 왜 열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도 있다. “청문회 ‘스타’가 탄생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당당히 인터넷 검색어 상위 1위를 차지한다. 지난 6일 오후 청문회에서 한 여당 의원은 “연로하신 회장님들은 일찍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이게 웬 말인가. 어렵게 만든 자리에서 그것도 이 병신(丙申) 난(亂)의 공범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들에게 이른 귀가라니. ‘스타’라는 말에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증인들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도대체 생각이란 게 없다. 진정 속죄하고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회피고 변명이다. 무조건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 고위공무원으로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라면 청문회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진실을 적극적으로 밝혀 주는 것이 속죄받을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왜 알지 못하는가.

오죽하면 청문회를 지켜보던 어린 학생들은 “대기업 회장도 별것 아니네요, 회장 되기 참 쉬워요”라고 비꼬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회장들은 많은 말과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모른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면 충분하지 않는가. 가끔은 건강까지 걱정해 주는 국회의원들도 있으니 그 얼마나 든든한가. 단언컨대 청문회에서 보여 준 모습은 해당 기업의 신뢰와 위상을 지하로 묻었다. 회장 한 명을 위해 기업을 송두리째 팔아먹은 거나 마찬가지다.

청문회 또한 30여년 전 시민과 노동자들의 피로 얻은 헌법제도다. 이른바 5공 청문회에서는 청문회제도가 발휘하는 놀라운 힘을 경험하기도 했다.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소중한 청문회제도가 오늘과 같은 무기력해진 원인을 생각해 본다.

먼저 주위의 많은 이들이 위원들 전체적 구성과 질문 수준에 의문을 제기한다. 청문회 절차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장면도 있었다. ‘증인’을 두고 ‘회장님’ ‘비서실장님’이라고 꼬박꼬박 불러 주는 이도 있다. 그런 예의는 청문회장에서는 결례다. 아마도 사석에서 자주 만난 사이가 아닌가 하는, 혹은 곧 만날 사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신문의 일반적인 기법 정도는 이해하고 청문회 자리에 앉아야 하지 않겠나. 사실 위주로 짧게 나눠서 묻는 게 일반적이다. 질문이 너무 길다. 그런 수고로움 끝에 나오는 증인들의 답변은 대부분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외마디일 뿐이다. 아예 질문은 간 곳 없고 마치 자신의 정견발표 자리인 양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이도 적지 않았다. 회당 겨우 7분에 불과한 시간이지 않는가. 일분일초가 아깝지 않은가.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증인들을 향해 고성만 오갈 뿐 도대체 확인되는 사실이 없다.

노동 관련 질문이 전혀 없다는 것도 많이 아쉽다. 위원 구성 기준을 잘 알기는 어렵지만 18명 위원 노동에 집중하는 위원은 없었다. 최씨 일당 게이트에 대한 청문회가 노동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로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가장 크게 피해를 입었다고들 한다. 대기업의 청탁을 최씨 일당이 들어주는 대가로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청탁의 내용은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이었을 게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많은 뇌물을 어디서 마련했겠는가.

14~15일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청문회는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다. 더구나 9일 탄핵 표결이 마무리된다. 그 엄중함을 고려한다면 국회와 청문회는 더욱 분발해야 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가 분명 탄핵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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