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 2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답변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제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씨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아 증인석이 비어있다. 정기훈 기자

최순실 없는 최순실 국정조사가 현실화됐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가 7일 국회에서 실시한 제2차 청문회는 최순실씨를 비롯한 핵심 증인이 대거 불출석하면서 ‘맹탕청문회’ 비난에 휩싸였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증인들도 "모릅니다"만 되풀이했다.

최순실 등 핵심증인 9명 불출석

특위는 이날 오전 증인심문에 앞서 최순실씨 등 불출석한 증인 10명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집행에 나섰다.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최순실씨와 그의 언니 최순득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 등이다.

김성태 위원장은 “최순실씨는 ‘깎아지른 듯 높이 솟은 언덕’이란 뜻의 농단에 올라 권력을 독점하고 사적 친분으로 권력을 남용했다”며 “여기 출석한 증인들은 주연 또는 조연으로 깊이 반성해야 하며 불출석한 증인들은 반드시 출석하게 해서 진실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10명 중 장시호씨가 오후에 출석한 것을 빼고는 나머지 증인은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은 엇갈린 진술을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권력서열 1인자 최순실" 재확인

세월호 7시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머리손질을 한 게 맞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관저 내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생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그가 세월호 인양에 반대한 것으로 기록된 것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비서실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를 알지 못한다”고 끝까지 부인했다. 최씨 측근 차은택씨를 만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차은택씨는 “최순실씨 소개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두 사람의 증언을 보면 결국 최순실씨가 권력 1인자”라며 “최씨가 대통령에게 차씨를 만나라고 했고 대통령은 비서실장에게 차은택을 보낼 테니 만나라고 했으며 대통령은 최씨에게 비서실장에게 얘기했으니 차씨를 보내라고 순서가 정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시호 “최순실 이모 지시였다”

이날 오후 뒤늦게 출석한 장시호씨는 최순실씨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장씨는 자신이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특혜 의혹에 대해 “센터 설립은 최순실 이모의 아이디어였다”며 “이모가 만들라고 해서 계획서를 만들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모가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입장이고 거스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장시호씨를 모른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옷과 가방은 모두 최순실씨가 사비로 구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씨 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도매가 4천500만원 상당의) 가방 30~40개와 옷 100여벌을 최씨가 구입했고 그것을 박 대통령이 착용했다”고 밝혔다. 특위 위원들은 "최씨가 대통령에게 4천500만원의 뇌물을 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종 전 차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정유라씨를 보살펴 주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함구했다.

한편 특위는 14일 세월호 7시간 관련 3차 청문회, 15일 정윤회 문건 관련 4차 청문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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