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문제를 챙기겠다고 발언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문제 해결에 원청이 나서겠다는 약속인데, 실제 실행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삼성전자 LCD·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집단 피해사례와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재해사고와 관련해 질의하자 이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2007년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지난 6월 에어컨 실외기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설치 수리기사 사고가 그 사례다.

윤 의원은 “삼성 반도체 산업재해로 76명이 사망했고, 협력업체 직원이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 죽었을 때도 삼성은 외면했다. 이 모든 일에 삼성은 책임이 없냐”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모든 일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앞으로 저희 사업장 말고 협력사 작업환경을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윤 의원은 “황유미씨는 24세 나이로 죽었다. 삼성전자는 (황씨가 투병치료 중) 보상금 500만원을 내밀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아이 둘 가진 아버지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를 제기한 지 8년 만인 2014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이 부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9년째 (반올림의 요구를) 외면했는데 어떻게 믿겠냐”며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은 반올림과 대화를 재개해 피해보상을 비롯한 쟁점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직업병 피해 보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427일째 농성하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메틸알코올(메탄올) 중독사고로 노동자가 실명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도 협력사 안전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수많은 산재사고가 일어난 만큼 이번 기회에 원·하청노동자 모두 더 이상 죽지 않도록 안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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