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청노동자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 크고 작은 산재사고가 일어났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건설산업연맹과 플랜트건설노조는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면서 산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은 삼성전자가 발주하고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고 있다.

연맹과 노조는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결과 지난 한 달 동안에만 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지난달 초 하청업체 ㅎ사에서 일하던 A씨의 왼쪽 팔목이 골절되고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하청업체 ㄷ사 소속 B씨는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됐다. 또 다른 하청업체 ㅎ사 노동자 C씨는 UT동 지하에서 넘어져 다발성 골절을 당해 입원 중이다.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는 지난달 29일에 발생했다. 지름 70센티미터 배관 용접작업 마무리 정리정돈을 하던 용접사 조아무개씨가 용접 전 막아 놓은 스펀지(퍼지캡)를 제거하기 위해 배관파이프 속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조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날 근처 현장에서는 생명줄을 걸고 외벽작업을 하던 노동자 D씨는 회전하던 크레인이 생명줄을 치고 가는 바람에 크레인에 매달려야 했다. 올해 8월에는 거미크레인이 전복돼 운전기사가 다쳤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이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었던 공사를 3개월 단축했다"며 "노동자들이 주말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면서 지친 상태에서 일하다 보니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아르곤 가스 중독재해를 당한 조씨는 사고 이틀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수요일부터 밤 10시까지 야근. 토·일도 변함없이 야근한단다. Dday(완공 시점)가 얼마 남지 않아 계속 야근"이라는 글을 올렸다.

열악한 작업환경도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현장 사진을 보면 다수의 노동자들이 휴게실이 없어 컨테이너박스에 기대거나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산재사고들이 얼마나 많겠냐"며 "삼성은 산재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식당을 2곳 운영하고 있고 휴게소와 흡연실도 운영하고 있다"며 "근로자 분들이 그렇게(열악하게) 느꼈는지 여부는 좀 더 살펴야 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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