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국회 본청에 앉아 직접고용 전환에 대해 축하하고 있다. 현재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내년 1월부터 국회에 직접고용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오늘은 정말 기쁜날입니다. 이제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국회의 직원이 됐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주색 근무복을 입은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청소노동자들이 환하게 웃은 이유는 내년부터 소속이 용역업체 두성시스템에서 국회 사무처로 바뀌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은 1981년 국회가 용역업체에 청소용역을 맡긴 지 25년 만에 ‘진짜 사용자’에게 고용됐다. 2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은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보장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론관 단상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직접고용을 앞둔 청소노동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전국노동위원회와 연합노련이 주최했다.

203명 청소노동자 1월1일부터 정규직

203명의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내년부터 국회에 직접고용된다. 고용형태도 정규직이다. 용역업체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3년 주기로 반복됐던 고용불안은 내년부터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도 약 20만원가량 인상된다. 을지로위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할 경우 연간 3억9천만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 절감된 예산을 인건비로 이용할 경우 1인당 임금이 20만원 인상된다. 이 같은 일은 국회가 지난 3일 본회의에서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예산안 59억6천300만원이 통과되면서 실현됐다.

청소노동자들은 2013년 직접고용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전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같은해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 사람들(청소노동자) 무기계약직으로 바꾸면 노동 3권이 보장돼 툭하면 파업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겠냐”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6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환경미화원을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뒤 속도가 붙었다. 내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넘어 국회가 관철시키면서 국회 청소노동자의 숙원이 이뤄진 것이다.

김영숙 국회환경노조 위원장은 "감사 인사 몇 마디로 (국회 청소노동자들을) 도와준 모든 분들께 마음을 다 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접고용이) 예산을 더 늘리는 것도 아닌데 기재부에서 공공부문 직접고용 요구가 다른 곳까지 확산될까 봐 완강하게 반대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 주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신호탄 역할해야

박근혜 게이트로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들은 모처럼 국회에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0월부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을 통해 쏟아져나오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린 것이다.

한국노총은 “국회가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정치가 바뀌면 노동자의 삶이 바뀐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바꾸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역대 국회의장이 지키지 않은 약속이 지금이라도 이뤄져 잘된 일”이라며 “서울을 비롯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모든 곳에서 공공부문 직접고용이 조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국회를 응원했다. 이재윤씨는 “오랜만에 훈훈한 소식”이라며 “을지로위를 비롯해 정세균 국회의장님께 감사하고, 청소노동자분들도 너무나 축하드린다”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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