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제3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김경숙상’의 수상자로 공공운수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분회가 선정됐다. 분회의 수상 소식을 전하는 신문기사에서 활짝 웃고 있는 권옥자 분회장의 사진을 봤을 때 너무나 반가웠다. 분회와 관련해 두 가지 소회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명예훼손’과 관련한 문제인데, 사연은 이렇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이름 그대로 청주시가 156억원을 들여 건립한 시립 의료기관이다. 가난한 노인을 위한 공공병원이지만 청주시는 병원 운영을 민간에 위탁했고, 수탁사업자들이 병원 공공성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병원은 무분별한 인사횡포와 노무관리·임금체불을 반복했고,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로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거나 부당해고와 부당징계를 무기삼아 노조와해를 도모했다.

이런 노조파괴공작의 중심에 한 인물이 있다. 이 지면에선 그의 이름까지 밝히지 않겠다.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병원이 급히 부원장으로 모셔온 인물, 이전에도 대전성모병원·부천 세종병원·순천향병원·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 등 주로 병원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노조를 와해시키는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현재는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또다시 노사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그는 병원 사업장에서 최초로 대규모의 용역인력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폭행한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렀고, 노조파괴 노무법인으로 널리 알려진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하고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언론은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보도했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이 인물에 대해 “노조파괴 브로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노조파괴 브로커“라고 지칭한 것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행위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명예훼손죄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거나 기득권층의 무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다. 필자 또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떤지 모르겠다.

두 번째는 ‘천막’과 관련한 문제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수탁 받아 운영하던 민간사업자는 노조 때문에 경영난을 겪게 됐다며 병원 문을 닫아버렸고, 이후 조합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노숙 투쟁을 벌였다. 조합원들이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할 곳은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청주시뿐이었다.

청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조합원들은 법에 따라 관할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냈다. 그리고 집회물품으로 ‘천막’도 적어냈다. 연대의 마음으로 달려온 동지들이 오랜 시간 뙤약볕에 서있는 게 미안한 까닭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이유인지 집회신고를 군말 없이 수리했던 경찰이 천막을 걸고넘어졌다. 인도에 천막을 설치하면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논리였다.

결국 청주시청 공무원과 경찰들은 노조가 천막을 설치하려는 순간 집회 장소로 밀고 들어왔고, 천막은 펼쳐보지도 못한 채 빼앗겼으며, 많은 조합원들이 경찰의 물리력 행사 과정에서 신체상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기에 이른다.

조합원들이 준비했던 천막은 접이식 알루미늄 폴대를 이용해 설치하는 그늘막 형태로 사방이 완전히 트여있어 통행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청주시는 완전히 동일한 구조의 물건을 버스정류장이나 신호등 인근에 설치해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똑같은 물건을 시청이 설치하면 시민편의시설이지만 노조가 설치하면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 기묘한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구나 조합원들은 사전에 천막을 집회 물품으로 신고하지도 않았던가.

위 사건은 여러 건으로 나뉘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가장 최근에 나온 항소심 판결에서 천막철거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고심이 남아있고, 다른 사건들의 판결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다. 부디 법원이 상식에 기반을 둔 판단을 내려주기를, 그리하여 850일간의 힘겨운 투쟁 끝에 일자리로 돌아가게 된 분회 조합원들이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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