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6. 11. 18 선고 2015구합70416 판결

1. 사건의 개요와 경과

이 사건 원고 주식회사 모베이스(이하 ‘원고 모베이스’)는 상시인원 약 150명을 사용해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휴대폰 케이스 등을 제조하는 업체이고, 원고 위드인과 리드잡넷(이하 ‘위드인 등’)은 파견사업주들이다. 피고(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들은 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모베이스와 위드인 등이 체결한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모베이스 사업장 조립팀에 파견돼 휴대폰 케이스를 제조하는 업무를 수행한 파견노동자들이다. 참가인들은 동일한 사용사업주하에서 파견사업주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약 3.5개월에서 32개월 동안 파견노동자로 근무하다 물량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정리해고됐다. 이후 참가인들은 비교대상 노동자들에 비해 상여금을 적게 지급받고(상여금 차이 200%), 연차유급휴가 미부여에 따른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차별이 존재한다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모베이스와 위드인 등 6개 파견사업주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차별시정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는 임금(상여금·연차휴가수당) 차별에 있어서는 사용사업주의 피신청인적격이 없다고 판단한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임금 차별에 있어서도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모베이스와 위드인 등이 중노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 판결의 요지

행정법원은 15개월 이상 심리 끝에 이 사건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한 판결 요지는 아래와 같다(나머지 쟁점에 대한 판단은 기존 법리와 다르지 않아 생략한다).

가. 원고 모베이스는, 파견법 제34조에서 임금 영역에 대하여는 파견사업주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고, 파견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은 결국 근로계약 당사자인 파견사업주의 책임이므로 이 사건 임금 차별에 대해 사용사업주인 모베이스에게는 차별시정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없고 시정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파견법 제21조1항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를 모두 차별금지의무 주체로 규정한 점, 파견법 제34조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책임영역을 구분한 것은 근로기준법 적용에 있어 누구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에 관한 규정일 뿐 근로기준법이 아닌 파견법 제21조 적용에 관한 규정이 아닌 점, 현실적으로 임금 차별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책임이 인정돼 사용사업주에게 차별금지의무를 부과할 필요성이 있는 점, 시정명령은 근로계약상 의무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파견법상 규정에 근거한 것이므로 반드시 근로계약 당사자에게만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근거로 임금 차별에 있어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차별시정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을 인정했다. 나아가 법원은 임금 차별에 대한 귀책사유 여부에 따라 차별시정의무의 주체가 결정된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원고 모베이스에게도 임금 차별에 대한 귀책사유가 인정되므로 파견사업주인 위드인 등과 함께 연대해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연차휴가수당 역시 임금 등 노동조건에 해당하지만, 파견법 제34조1항 단서에서 임금의 경우 파견사업주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는 점,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은 민형사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연차휴가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 위반은 파견법 및 기간제법이 규정한 차별금지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에서 법원은 차별적 처우의 고의성과 반복성이 인정되므로 차별로 인한 손해액의 2배의 배상을 명한 재심판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3. 판결의 의미와 한계

가.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임금 차별에서도(결국 모든 차별영역에서) 사용사업주에게 차별시정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을 처음으로 인정했으나(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모든 차별 영역에서 사용사업주를 피신청인으로 하는 차별시정신청이 가능하게 된다), 다만 중노위와 달리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가 차별시정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임금 차별은 사용사업주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사건 판결에 따르면 양자의 연대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이러한 점을 명확히 한 첫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만약 사용사업주가 정보제공의무를 적절히 하고 정규직에 상응하는 임금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했다면 이 사건 판결에 따를 경우 사용사업주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의 한계가 있다.

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연차휴가수당이 노동조건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의무 위반 사항은 차별금지영역에서 배제된다고 했으나, 파견법과 기간제법 모두 차별금지영역을 임금 등 근로조건으로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연차휴가수당을 차별금지영역에서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별도의 민사소송이 아닌 차별시정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실익(배액배상명령 등)도 있으므로 법원의 판단은 문제가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법원은 차별처우의 고의성과 반복성을 인정해 배액배상명령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향후 차별시정명령의 실효성 있는 제도 운용에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4. 결론을 갈음하여

이 사건 소송을 수행하면서 차별시정신청사건과 관련한 다수의, 어려운 쟁점들에 대해 장기간의 재판을 통해 주장과 증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소송대리인이 아닌 일반 당사자들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울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사후적인 구제방안으로서의 차별시정제도가 갖는 법리적·현실적 한계는 명확하다. 근본적으로 사용사유 제한과 파견폐지 등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