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를 알 수 없는 휴면노조 탓에 노조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금속노조 대창지회(지회장 나일권)가 사측과 임금·단체협약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27일 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지회는 지난 23일 ㈜대창 사측과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2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

쟁점이었던 노조활동 보장과 관련해 노사는 근로시간면제자 2명 보장과 지회 사무실 제공에 합의했다. 지회 조합원 교육을 분기별로 한 시간 진행하고, 지회 상무집행위원(월 2시간)과 대의원(월 1시간) 회의시간도 유급으로 보장한다. 임금은 기본급 8만5천원을 인상하고 상여금 중 일부를 기본급화한다.

계약직 여성노동자 9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한 부분도 눈에 띈다. 노사는 만 55세부터 정년인 57세가 될 때까지 매년 임금의 20%를 삭감했던 임금피크제는 57세부터 정년 60세까지 임금을 동결하는 내용으로 바꿨다.

지회는 올해 4월19일 조합원 263명이 가입한 상태에서 설립됐다. 그런데 회사는 2003년에 설립된 노조와 올해 1월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하지만 기존 노조는 조합비를 공제한 적도 없고, 위원장이 4명밖에 안 되는 조합원 명단조차 모르는 휴면노조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잇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판정했지만, 사측은 "노동위의 휴면노조 해산의결이 있기 전에는 교섭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경기지노위가 8월10일 "기존 노조를 해산하라"고 판정하면서 임단협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회는 같은달 17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임단협 체결은 쉽지 않았다. 10월에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음성파일에서 사측 관계자들이 지회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 탈퇴를 압박하고, 조만간 제3 노조가 설립될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파업 장기화도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

노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싸우면서 휴면노조를 앞세운 사측의 노조탄압을 이겨 낼 수 있었다”며 “대창지회 파업은 복수노조 제도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 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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