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용노동부 소관 법률 189건을 상정하면서 법안 심사가 본격화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작부터 논란이 거세다. 노동 4법이 그렇다. 애초 여야는 노동 4법을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는데, 뒤늦게 새누리당이 반발하며 우선심사 대상 법안에 포함됐다. 생명·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도 상정됐다. 반박과 재반박이 오간다. 노동자들과 사용자들이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통과됐으면 하고 꼽는 법안이 무엇인지 들었다.


20대 국회, 위험업무 외주화 막는 데 힘 쏟아야
윤진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 윤진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지난 9월 SK브로드밴드 도급기사가 악천후 속에서 전신주에 올라 작업하다 추락사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15명의 통신·케이블 설치기사가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이 수치는 고용노동부가 집계했다. 알려진 산재사고만 집계한 결과다. 노조는 더 많은 숫자의 노동자가 숨졌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가 끊임없이 추락해 숨진다는 것은 사고가 인재라는 증거다.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위험업무가 외주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에 책임을 지우는 방법밖에 없다. 고소작업을 하는 통신·케이블 설치업무는 외주화할 수 없도록 관련법을 재정비해야 한다. 노조는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계획이다. 위험업무를 외주화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근거가 무엇인지, 어떤 법률이 개정돼야 위험업무 외주화를 막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 법의 허점을 찾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위험업무 외주화를 막는 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은행권 과당경쟁 제어법’ 필요하다
정명희 금융노조 정책실장

▲ 정명희 금융노조 정책실장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회계투명성 제고, 부패방지가 중요하다. 국제기관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항상 지적되는 부분이다. 회계 투명성은 금융부문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한국 식 사베인-옥슬리법(Sarbane-Oxley Act)이 필요하다. 이 법은 2002년 미국 엔론 사태 이후 제정했다. 회계법인의 독립성과 회계처리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배임죄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식으로 말이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을 방지하기 위해 관료와 정치인은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권리장전’을 채택하고 불이행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을 강화해 임원추천위원회에 노동자 대표나 노동자가 추천하는 위원이 반드시 1명 이상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관치금융에 따른 피해보상 책임을 경영진과 기업에 연대해 지우는 법률이 필요하다.

사후적으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해 노동자를 별도의 조항으로 편성해 기업구조조정의 우선적 청구권자가 되도록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이 서로 빼앗기 식 과당경쟁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법률이 필요하다. 과도한 실적위주 영업은 불완전 판매를 증가시키고 부실대출을 키운다. 직원은 소비자와 자신의 성과 사이에서 심한 내적 갈등을 하게 된다. 이는 소비자와의 심한 충돌 및 감정노동으로까지 심화된다. 따라서 감정노동에 대한 법률을 강화하고 과도한 빼앗기 식 경쟁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감독기구 독립성을 위해 감독기구 개편이 필요하다.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동일한 기관에서 시행하다 보니 견제가 무너지고 부실대출과 관치금융으로 흐를 여지가 높다.


노동법 개악 저지 넘어 양극화 해소로 가야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지난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정권의 4대 노동개악 입법인 근로기준법·파견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모두 법안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23일 다시 심사대상에 포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언론보도와 수사로 현 정권의 재벌특혜·노동개악 전모가 드러나고 있고 쉬운 해고, 해고연봉제, 파견 확대, 노동 4법이 정경유착의 산물이라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률심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현 정권의 노동개악 법안 심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안도할 일은 아니다. 시급한 노동시장 제도개선 논의도 함께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노동법안 심사의 핵심 방향은 저임금 구조와 비정규직 남용, 고용차별,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 청년고용 확대나 무분별한 정리해고 등 고용불안 해소, 취약한 실업안전망 개선도 필요하다. 문제는 현 정부와 새누리당이 시급한 고용 및 노동관련 제도개선 사안들에 대해서까지 노동개악 법안과 패키지 협상을 이유로 논의를 중단하려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환노위 첫 노동법률 심사에서 여야 정치권은 국민적 공감대와 명분이 확실한 국민생명·안전 및 위험·유해업무에 외주노동자나 기간제 사용을 금지하고 최저임금법·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이 최우선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법 개정은 국회가 광장의 목소리에 답하는 방법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박근혜-재벌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 핵심은 재벌이 정부에 건넨 뇌물과 그 뇌물 대가로 정부가 재벌대기업에 제공한 천문학적 이익·대가성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2년간 끈질기게 관철하려 했던 노동개악도 뇌물에 대한 대가다.

환노위는 박근혜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2대 불법지침 추진 예산을 삭감했다. 4대 노동개악법 법안심사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부족하다. 재벌대기업의 불법을 확대하는 것이 노동개악이라면, 재벌대기업의 불법을 어물쩍 봐주기로 눈감게 하는 것이 현행 노동관계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이 똬리를 틀 수 없도록 노동정책과 노사관계 제도를 손봐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기국회 기간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견인하는 ‘최저임금법’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교조 법외노조를 강제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속히 개정돼야 한다. 또한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한편 재벌대기업의 노사관계 관련 책임을 면제하는 데 기여했던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고 원청사용자에게 교섭책임을 지우는 노조법 개정으로 모든 노동자가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관계법 개정, 국회가 광장의 목소리에 답하는 방법이다.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를 바라며
홍종선 경총 기획홍보본부 팀장

▲ 홍종선 경총 기획홍보본부 팀장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다음달 2일로 다가오면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주요 법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은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킴은 물론 선진국들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에도 어긋난다.

반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되던 법안들은 언제부턴가 논의 테이블에서 멀어져 버렸다. 환노위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노동개혁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초래하거나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들이 주요한 심의대상으로 거론됐다.

특히 생명·안전업무에 정규직 직접고용을 강제하는 입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안전은 엄격한 관리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화학·정유, 항공운수 등 많은 업종에서 전문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높인다. 생명·안전업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앞세워 기간제나 파견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환노위는 민간기업에 매년 일정 비율의 청년고용을 강제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고용보험을 강제하는 등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법안들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청년고용할당제는 이미 벨기에에서도 실패를 경험한 정책이다. 특수형태종사자는 사실상 자영업자로 현재도 본인이 원한다면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굳이 법으로 강제할 일이 아닌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수년째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모쪼록 국회가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법안심의를 진행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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