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이 1천295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 7조5천억원을 더하면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1천303조2천398억원으로 불어난다.

가계신용 통계는 가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를 보여준다.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1천257조6천억원보다 38조2천억원(3.0%) 늘었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2분기 증가액 33조9천억원보다 4조3천억원 많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4분기 증가액 38조2천억원과 비슷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 1천164조9천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30조9천억원(11.2%)이나 늘었다. 1년간 증가액 130조9천억원도 사상 최대다.

가계신용 잔액을 통계청이 밝힌 우리나라 인구(지난해 11월 기준 5천106만9천명)로 나누면 국민 1명당 평균 2천552만원의 빚을 안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영업자 빚을 더한 실질 가계부채는 1천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부채가 무서운 속도로 늘면서 국민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부 연구위원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가계소득이 5% 정도 감소하고,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이 2015년 기준 1천140만원에서 14% 증가한 1천400만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가계의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규모를 보여주는 채무상환비율(DSR)이 21.2%에서 25.5%로 확대된다. 연소득의 4분의 1 이상이 빚 갚는 데 쓰이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소득 증가세가 둔화하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단기간에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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