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전국 12개 병원 여성보건인력 1천130명을 조사한 결과 간호직군 39.5%와 여성전공의 71.4%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임신을 결정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간호직 61.7%와 전공의 77.4%가 “임신 중 시간외근로를 했다”고 밝혔고, 간호직 38.4%와 전공의 76.4%는 “임신 중 야간근로를 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임산부의 초과근로를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정작 여성 다수고용 사업장인 병원에서 해당 법조문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력부족 때문이다.
직장내 폭력과 성희롱도 병원 여성노동자들을 괴롭혔다. 간호직 11.7%와 전공의 14.5%가 신체폭력을 경험했고, 간호직 44.8%와 전공의 55.2%가 언어폭력을 당했다. 성희롱을 겪은 비율은 각각 6.7%, 16.7%였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의료기관 여성종사자 대체인력 지원서비스 활성화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운영 매뉴얼과 폭력·성희롱 예방관리 가이드라인 제작·배포를 주문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의료기관 자체 여유인력 확보 지원방안 마련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 인권교육 실시 △의료기관 인증기준에 폭력·성희롱 예방관리 활동사항 신설을 제언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폭력·성희롱 경험은 직장만족도나 우울증, 간호 오류 등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면 의료서비스 질적 저하로 연결돼 환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