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전지방법원 2016.11.10 선고 2016노2134 판결


1. 사건의 경위


피고인 박OO(갑을오토텍주식회사 전 대표이사)은 전국금속노조동조합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제1 노조)와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2014년 10월 평소 친분이 있던 피고인 김△△로부터 “경찰·특전사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회사에 입사시킨 후 별도 노조를 설립해 제1 노조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보자”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했다. 또한 갑을오토텍 총무부장 피고인 권○○는 2014년 11월께 노무법인 예지로부터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제2 노조를 설립해 제1 노조를 약화시킨다”는 내용의 ‘Q-P 시나리오’를 전달받은 후 위 내용을 박OO에게 보고했다.

위와 같은 계획에 따라 피고인들은 2014년 12월2일 서울커피숍, 2014년 12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소재 갑을그룹 본사에서 피고인 권OO, 피고인 김OO·정OO 등이 모집한 신입사원 60명 중 경찰·특전사 출신 팀장급 20명을 만나 모임을 갖고 ‘입사 후 제1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할 것’을 결의한 후 2014년 12월29일 경찰 출신 13명, 특전사 출신 19명이 포함된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했다.

피고인 박OO은 2015년 1월 하순께 피고인 권OO에게 “신입사원 중 팀장급은 연봉 5천만원, 조장급은 3천800만원, 나머지는 3천500만원으로 맞춰서 지급하라”고 말해 위 신입사원들에게 제2 노조 가입 활동비를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피고인 권OO는 이를 OT수당(overtime charge, 시간외근무수당)에 포함시켜 위 신입사원들 중 팀장급 20명에게는 월 125만원, 조장급 13명에게는 월 25만원씩 지급했다. 피고인 김OO는 2015년 3월 하순께 이OO에게 제1 노조를 탈퇴하고 제2 노조 가입원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제2 노조 가입을 종용해 2015년 3월19일부터 그해 4월15일까지 신입사원 60명 중 52명이 제2 노조에 가입하게 했다.

피고인들은 1심 1회 공판기일에서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했고, 2016년 7월15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판사 양석용)은 검사구형을 초과해 피고인 박OO에게 징역 10개월, 피고인 김△△에게 징역 8개월, 피고인 권OO·김OO에게 각 징역 6개월을 형을 선고하면서, 다만 판결확정일로부터 피고인 김△△, 피고인 권OO, 피고인 김OO에 대한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피고인 김△△에게 사회봉사 120시간을, 피고인 권OO, 피고인 김OO에게 각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피고인들은 위 판결에 대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피고인 박OO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항소를 취하했고, 2016년 11월10일 대전지법 형사 제2부(재판장 이태영)는 피고인 박OO의 항소를 기각했고, 위 피고인이 상고를 포기해 징역 10개월(실형)이 확정됐다.

2. 판결의 의의

가. 노조법 제81조2호(반조합계약) 위반 설시

대상판결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제1 노조 미가입 또는 탈퇴’를 고용조건으로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한 행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2호(사용자는 노동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를 위반한다고 봤다. 반조합계약(황견계약)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리딩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 노조법 제81조4호(지배·개입) 위반 설시

대상판결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신입사원들에게 회사에 우호적인 제2 노조 활동비 명목으로 금원을 지원하고, 제1 노조를 탈퇴해 제2 노조에 가입할 것을 종용하는 방법으로 제1 노조 및 제2 노조의 조직 및 운영에 지배·개입했음을 인정했다. 사용자가 금전을 매개로 노조의 조직 및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것 또한 노동현장에서는 쉽게 발견되나, 이에 대한 입증 부족 및 수사기관의 수사의지 부족 등으로 사용자가 기소돼 처벌받는 사례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리딩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 부당노동행위 공범 관계 설시

대상판결은 갑을오토텍 주식회사의 사용자가 아닌 피고인 김△△, 피고인 김OO가 사용자인 피고인 박OO, 피고인 권OO와 공모해 노조법 제81조2호 및 4호를 위반한 것(노조법 제90조)으로 판시했다.

노조법 제90조는 “노조법 제81조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가 노조법 제90조에 의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해 노조법 제90조의 형벌부과대상 또한 부당노동행위 금지명령의 수범자나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수범자인 사용자처럼 형벌부과 대상자인 사용자 또한 넓게 해석할 여지도 있다(각주 1).

대상판결은 노조법 제2조2호 사용자의 범위에 포섭되지 않는 노조파괴 브로커(피고인 김△△), 노조파괴 전략에 따라 2014년 12월29일에 생산직으로 채용된 자(피고인 김OO)를 공범규정(형법 제30조)에 근거해 노조법 제81조2호·4호를 위반(노조법 제90조)했다고 판시했다.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이후 노동현장에서 사용자에 의한 노조설립 및 노조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사용자와 사용자 아닌 자의 공모에 의해 실행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법상 공범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라. 노조파괴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고 실형 확정

제1심 판결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규모 또한 대규모로 비난가능성이 크다”다는 이유로 검사 구형 8월을 초과하는 징역 10월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법정구속했다.

피고인 박OO은 항소심 재판부에 10통이 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반면 갑을오토텍은 법정구속된 대표이사 박OO의 항소심이 진행 중임에도 제1심 판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시 중단됐던 ‘Q-P 전략시나리오’를 재개했다. 주된 수단은 ① 노사합의를 무시한 경비업무 외주화 ② 정당한 이유 없는 단체교섭 거부(노조법 제81조3호) ③ 쟁의행위 무력화를 위한 대체인력 채용(노조법 제43조1항) ④ 쟁의행위 무력화를 위한 대체생산(노조법 제43조2항) ⑤ 노조 조직력 약화를 목적으로 한 공격적 직장폐쇄의 단행 및 유지(노조법 제81조4호)였다. 갑을오토텍은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해 고소인 노조와 노조원 가족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해고된 직원을 복직시키지 않겠다는 확약서와 (갑을상사그룹 계열사에 파견돼 있는) 제2 노조 조합원의 전적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나, 이런 사실만으로는 노조법의 입법 목적에 비춰 원심의 양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달리 노사관계가 회복되거나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협의·교섭 등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의 변경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양형을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노조법 제81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용자에 대한 실형이 확정된 최초 사례다.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노동조합 운영에 지배·개입(사실상 와해)한 사용자에 대해 고작 벌금형을 선고했던 종전 법원의 관행에 비추어 봤을 때, 대상판결은 이례적인 것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유린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실형이 선고되고 확정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으로 동종 범죄를 범하고 있는 유성기업 사용자 등에 대해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각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주해Ⅲ>, 노동법실무연구회,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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