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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의 노동법 후퇴시키기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지금의 진보교육감들이 만들어지는 데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힘이 매우 컸다고 들었다. 학교 안에서 그림자로 지내야 했던 학교 노동자들은 진보교육감에게 거는 기대가 많았을 것이다. 2년이 훌쩍 흐른 지금 이들의 노동조건은 조금 나아졌을까. 얼마 전부터 국회 앞에서 또다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 본다. 민주노총 법률원에 근무하면서 학교비정규직 강사 사건을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수준별 영어 수업을 위해 전국에 5천여명의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선발해 운영하게 됐고, 유능한 인재 유입을 이유로 4년까지 기간제 근로를 허용하게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까지 뜯어고쳤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는데, 그렇게 4년이 도과한 2013년에 당장 5천명이 넘는 비정규 인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벽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해당 인력을 일시에 대량으로 해고하는 방법, 비정규직 강사 신분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방법 등 두 갈래 길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정부는 마침내 꼼수를 찾게 된다. 바로 기간제법을 우회해 이들을 다시 신규채용하는 방식을 통해 다시금 4년을 쓰기로 교육감들끼리 모종의 합의를 하게 된다. 이러한 꼼수를 가르쳐 준 이는 대한민국 법제처다.

사건은 이렇다. 한 학교에서 4년간 근무 후 다른 학교로 옮겨 1년 혹은 2년을 근무한 후 학교의 수업시수 부족을 이유로 계약만료된 사례다. 사용자는 학교를 옮겨 근무했고 4년 마치고 신규채용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근로기간이 단절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자 주장은 사용자인 시·도 교육감 아래에서 이미 4년을 넘어 근무했기 때문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위원회는 다행히 “신규채용은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사용기간 제한 4년이 도래하자 기간제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행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신규채용 형식을 취할 경우 계속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인정할 경우 기간제법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당연한 결과다.

최근 대법원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함께일하는재단 부당해고 사건에서 소위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했고, 나아가 기간제법 취지를 설명하며 비정규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면서 가급적 정규직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모처럼 법원이 자기 역할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심지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4년 만기 후 채용기회를 부여한 것이 혜택인 양’ 말하는가 하면, 부산시교육청 담당자는 "못마땅하면 교사가 돼서 학교로 돌아오라"고 충고한다. 혹자는 교육감은 하려고 하는데 담당 장학사가 거부한다거나, 서울시교육감과 경기도교육감이 거부해서 못하고 있다고 핑계대곤 한다.

다 의지의 문제라 생각한다. 어차피 지속될 사업이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같은 일을 한다면 교사와 차별을 둬서도 안 된다. 적어도 가르침을 전하는 학교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진보교육감이라면 더더욱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교육감 역시 임기 4년의 비정규직이다. 대법원에 가서 판결이 나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생각, 교육부가 방침을 내려야 이행할 수 있다는 나약함을 버리자. 아마도 앞으로도 지금처럼 진보교육감 지형이 만들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 부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학교에서만큼은 비정규직 차별이 없다고 배울 수 있도록.

박용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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