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 모녀에게 돈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가 각종 재단에 기금을 납부한 대가로 정부가 직업병 문제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와 피해 가족이 함께했다.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김현권 의원은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를 해결할 공익법인 설립을 무력화하기 위해 정부에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옛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35억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삼성이 정부 지원을 약속받고 최씨에게 거액의 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코레스포츠에 280만유로를 보낸 시점은 지난해 9월과 10월 사이다. 이 시기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공익법인 설립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고 삼성이 운영하는 독자적인 보상위원회를 발족한 때와 일치한다. 이후 조정권고안은 무력화됐고, 반올림과 노동계는 삼성전자에 거세게 항의했다.

김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삼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검찰은 삼성 직업병 문제에 어떤 대가성 지원이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자운 변호사(반올림 활동가)는 “삼성이 조정권고안을 폐기한 시기는 최순실 모녀에게 수억원을 준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만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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