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서 9년째 집배원으로 근무하는 박정훈(35·가명)씨는 지난달 민원인과 통화 중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1년 전 배달된 등기우편물 수령과 관련해 민원이 발생했고 얘기 도중 흥분한 민원인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박씨는 욕설 중단을 요구하다 참다못해 맞대응해 욕설을 했다. 그 후 민원인은 지속적으로 우체국에 전화를 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일을 겪은 뒤 박씨는 고용노동부 위탁기관인 부산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기도 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전화한 민원인과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렸다. 그런데 박씨가 소속된 우체국은 지난 1일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징계의결요구사실을 그에게 통보했다. 박씨는 해당 민원인에게 매주 사과 전화를 하고 있다.

박씨는 “부재중이라 메모를 남겨 놓고 지나간 집에서 당장 우편물을 가져오라고 소리치는 분들도 있고 별별 경우가 다 있다”며 “신입 집배원의 경우 대응하기 더 어려워 대응 매뉴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5일 전국집배노조는 “집배원은 평균적으로 하루 2천500세대를 배달하며 대민서비스를 수행하지만 민원인의 지속되는 폭언에 자제를 부탁하는 것 외에는 해결방안이 없다”며 “민원 대응 매뉴얼조차 없기 때문에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밝혔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는 민원인 권리만을 절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악성민원인이 늘어나 결국 집배원을 골병들게 만들고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징계 철회와 악성민원인 대응 매뉴얼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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