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노동계가 전태일 열사를 기리며 “정권 퇴진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전태일 열사 46주기를 맡아 전태일재단(이사장 이수호)이 13일 오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개최한 추도식에서 나온 얘기다.

먼저 간 열사를 기리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전날 국민 100만명이 서울 한복판에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 시위에 나선 것에 희망을 걸었다. ‘전태일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정권 퇴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추도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됐다.

이수호 이사장은 “어제(12일) 광화문광장을 흔든 함성은 돈과 권력이 아닌 인간 중심의 세상을 꿈꾸는 또 다른 전태일의 외침”이라며 “내 몸이 어디에 있든 민중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굳게 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소선 어머니는 노동자가 하나가 되면 안 되는 일 못하는 일이 없다고 하셨다”며 “양대 노총이 힘을 모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석방시키고, 박근혜를 그 자리에 집어넣겠다”고 다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100만명의 위대한 민중이 서울에 모여 46년 전 자신의 몸을 불사른 열사가 각각의 가슴에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95% 민중의 힘으로 최후의 일격을 가해 박근혜 정부의 숨통을 끊어 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미나 명창은 북소리에 맞춰 구슬픈 목소리로 ‘전태일 단가’를 불렀다. 열사가 남긴 유명한 일기 구절이 낙엽 진 묘역에 퍼져 나갔다.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올해 전태일장학금을 받은 한수민 학생은 열사를 ‘아저씨’로 칭하는 편지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어린 시절 평전과 만화로만 접한 아저씨를 커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더 이해하게 됐어요. 일어나고 행동하고, 더 외쳐서 누구 하나 울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어요.”

이소선합창단은 창작곡 ‘사랑은 길게 흐른다’와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행사는 헌화로 마무리됐다.

한편 재단은 이날 추도식에서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을 열었다. 본상을 받은 철도노조와 특별상을 받은 한상균 위원장, 태국 노동운동가 소묫 프늑사까셈숙씨 측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추도식에는 전태일 열사의 유가족인 전순옥·전태삼씨와 노동·시민단체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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