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박근혜는 우주 멀리!”

“박근혜는 똥 먹통, 레드카드!”

청년·학생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었다. 학점을 받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청년실업’이라는 갑갑한 현실에 부딪힌 경험과 박탈감을 거리에서 쏟아 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4차선 도로가 7천여명의 대학생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열정페이로 힘겹게 사는데…”

한국갤럽이 이달 8~10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여론조사 집계 결과에 따르면 19~29세 지지율은 0%였다.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 이해진(22)씨는 “지난달 26일 첫 대학가 시국선언 이후 100개가 넘는 대학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며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을 기만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당장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원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우리는 열정페이를 받아 가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데 그들은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었다”며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라더니 박근혜와 그 측근, 기업가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통령의 대학 후배들도 나섰다. 서강대 총학생회장 장희웅(22)씨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에게 수여된 서강대 명예정치학박사 학위 박탈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로에서 청년총궐기대회를 마치고 종로 방향으로 행진했다. 청년단체들이 앞장서고 대학생들이 뒤를 따랐다. god의 '촛불하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빅뱅의 '뱅뱅뱅' 같이 흥겨운 대중가요에 맞춰 걸었다. 응원가를 개사한 “박근혜는 하야하라 훌라훌라” 같은 노래도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이와 함께“우주의 기운을 모아 박근혜는 하야하라”“하야 안 하면 이러려고 행진했나 자괴감 들어”“근혜 위에 순실 있고 순실 위에 국민 있다” 등 재기 넘치는 구호도 나왔다.

“평범한 학생이 행복한 세상 만들자”

행진 대오에는 수백개 대학 깃발이 올랐다. 부산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영훈(23)씨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사과에 대해 ‘하야’라는 답을 주기 위해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강원대 2학년 김하윤(20)씨는 “춘천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전국 각 대학에서 한곳에 모인 것을 보니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성균관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이주형(24)씨는 “지금 벌어지는 사태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 괴리감이 크다”며 “비선실세가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배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천대 총학생회장 이정은씨는 방송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최순실·정윤회 같은 부모가 없어도 우리 같은 평범한 학생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외쳤다.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정권은 짧지만 우리가 만들 대한민국의 미래는 길다”며 “박근혜 정권을 끝장낼 때까지 함께 소리치자”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이날 오후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청소년시국대회를 했다. 인천청소년시국회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청소년 2천284명의 서명을 받아 왔다. 시국회의 실무팀장을 맡고 있는 서요한(18) 학생은 “학교 친구들과 거리 청소년들에게 서명을 받을 때 호응이 뜨거웠다”며 “어리다는 이유로 활동에 제재를 받기도 하지만 우리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집회에 참석한 서혜린(18) 학생은 “지금 상황이 부당하고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것 같다”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려고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15일 저녁에는 서울 신촌·대학로·청량리·강남역에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대학생들이 모여 만드는 동시다발시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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