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사진 왼쪽)과 맥도날드 포장봉투를 머리에 쓴 A분회장이 한국맥도날드(유)에 전달할 단체교섭 요구서를 들고 있다.알바노조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한국맥도날드(유) 본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국내 처음으로 맥도날드노조가 출범함에 따라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알바노조(위원장 박정훈)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노조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맥잡(Mc job)을 굿잡(Good job)으로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일자리를 안전한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주문·배달시간에 쫓겨 안전은 뒷전=이날 출범한 맥도날드노조는 독자적인 체계를 갖춘 노조는 아니다. 알바노조의 분회 형태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한 적이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가입대상으로 한다. 대외적으로는 ‘맥도날드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패스트푸드 매장은 저임금과 산업재해로 얼룩진 열악한 일자리의 대명사다. 노조가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업체 아르바이트 노동자 100명을 상대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임금이 너무 적다”고 답했다. 법정 최저임금(시급 6천30원)에 맞춰 지급되는 임금이 실제 노동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뜻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본사 방침에 따라 45초 이내에 햄버거 하나를 만들 것을 강제하고 있다. 시간 안에 만들지 못하면 매니저의 질책이 뒤따른다. 고온의 기름에 감자를 튀기고 뜨겁게 달궈진 그릴에서 패티를 굽는 노동자들은 화상 같은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해고나 징계 위험이 예상돼 얼굴에 햄버거 포장용 종이봉투를 쓰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조 소속 A분회장은 “냉동패티를 그릴에 올릴 때 위생장갑 두 장을 끼고 일하는데, 손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음식을 오염으로부터 지키려는 용도”라며 “노동자들은 고장 나면 갈아 끼우는 부속품 취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은 매장 밖에도 도사리고 있다. ‘맥도날드 라이더’로 불리는 오토바이 배달노동자들은 주문이 들어온 지 17분30초 내에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도달률에 따라 매장의 평가점수가 달라진다. 해당 노동자들은 역주행이나 신호 위반·중앙선 침범을 감수하며 말 그대로 죽음의 라이딩을 해야 하는 처지다.

◇저임금도 서러운데 임금체불까지=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자는 구두나 여성용 머리망을 자비로 구입하고, 기름때에 찌들기 쉬운 유니폼 세탁비도 스스로 부담한다. 그런데 매장에 출근해 유니폼을 갈아입거나 머리망 또는 모자를 착용하는 데 소요되는 작업 준비시간에 대해서는 임금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50조3항은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 실태조사 결과 작업 준비시간이 하루 평균 22분 정도로 파악됐는데, 월 단위로 환산하면 무시 못할 시간이다. 그만큼 월급을 떼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꺾기’ 관행도 노동자들을 괴롭힌다. 꺾기는 손님이 많지 않을 때 노동자에게 조기퇴근을 종용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업계 관행이다. 매장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 임금으로 지급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노조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42%가 “꺾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조는 이날 임금인상과 산재 예방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단체교섭 요구안을 한국맥도날드 본사에 전달하려 했으나 맥도날드측은 수령을 거부했다. 노조는 내용증명우편으로 요구안을 보냈다. 노조는 맥도날드측이 이달 29일까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교섭회피 책임을 물어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히다얏 그린필드 국제식품연맹(IUF) 아태지역 사무총장은 “한국맥도날드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절하면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적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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