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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전구 집단 수은중독 보도, 그 후 1년] 정부, 화학물질 누출사고 나면 '땜질 처방'만 했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휴브글로벌에서 발생한 불화수소(불산) 누출사고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과정에서부터 사고 후 대응조치까지 기업과 정부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건이다.

정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정보·유통흐름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사고가 발생할 때 책임소재를 어느 부처로 볼 것인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던 이 사건 이후에도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2013년 1월 경북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염산 누출사고, 같은달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광주 남영전구에서 수은이 누출됐고, 올해에는 휴대전화기 부품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메틸알코올(메탄올)로 인해 실명되는 원시적인 사고도 발생했다.

화학물질 대부분 '유해성 확인'도 없이 유통

현재 정부 내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부처는 고용노동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민안전처·농림축산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으로 다양하다. 주로 노동부와 환경부가 사업을 맡고 있다. 노동부는 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노동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 환경부는 화학물질관리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라 공장 굴뚝으로 방출되거나 폐수 형태로 나오는 화학물질을 관리한다.

환경부는 2010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화학물질 통계조사를 하고 있다. 1톤 이상 취급하는 화학물질이 조사 대상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4만~4만5천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중 1톤 이상 유통돼 통계에 잡히는 물질은 1만종 수준에 그친다. 3만종 넘는 화학물질이 유해성 정보조차 없이 사용·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소량으로 유통된 화학물질에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화학물질 수입·제조자가 해당 물질이 기존 화학물질인지 신규 화학물질인지를 확인한 후 물질 관련 정보를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방식의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화학물질은 3만7천여종에 이르는데 이 중 안정성 시험평가를 받은 물질은 600여종(2%)에 불과하다.

화학물질정보통합시스템 구축·오염물질 관리 대책 같은 화학물질 안전관리 관련 비용 전부는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3년 12월 발표한 '유해화학물질 관리실태 및 문제점' 보고서에서 "산업계에서는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투자나 지출이 미미하면서도 규제 강화나 신설에는 적극 저항하고 있다"며 "안전성시험 사업에 참여하고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전환해 산업체의 화학물질관리 책임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형식적 조사로는 사업장 실태 파악 불가능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화학물질 유해성 조사·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작업환경측정·건강검진·건강관리수첩 같은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화학물질을 관리하고 노동자를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그런데 관리감독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노동부가 화학물질관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감독 편의상 MSDS서류 비치·업데이트, 경고라벨 적정성을 평가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서류와 현장이 따로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탄올 실명사고가 서류 따로 현장 따로인 상황을 정확히 보여 준다. 노동부는 올해 1~2월 부천지역 삼성전자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해당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을 추적조사하고, 인근지역 메탄올 취급사업장을 긴급점검했다. 노동부는 "추적조사 결과 추가 피해사례가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메탄올 중독 피해자가 나온 사업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노동건강연대를 통해 알려졌다. 이는 피해자가 이 단체에 제보를 하면서 밝혀졌다.

정부 대책이 사고가 발생한 뒤에 땜질 처방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기용제로 사용되는 메탄올은 에틸알코올(에탄올)보다는 유해성이 높지만, 벤젠·톨루엔·사염화탄소에 비해서는 유해성이 훨씬 낮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유기용제 사용실태 전반을 조사하지 않고 사고가 난 메탄올 사용사업장만 조사하고 있다.

윤 교수는 "사업장에서 제대로 화학물질을 관리하면 노동자·환경·시민 모두의 위험이 감소할 수 있다"며 "노동부가 더 적극적으로 화학물질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해화학물질을 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체물질을 개발하는 데 정부가 나서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부처별로 서로 다른 화학물질 분류·관리기준을 단계적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관계부처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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