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학력과 임금수준이 높아야 결혼 확률이 높아졌지만 여성은 학력이 낮으면서 저임금을 받더라도 기혼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결혼·노동시장에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여성 가계보조자 모델’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사용해 20~30대 청년의 혼인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분석한 ‘저출산과 청년 일자리’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임금 1분위와 10분위, 결혼 12배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이 높아졌다.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10%) 남성은 기혼자 비율이 6.9%에 불과했고 7분위까지도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8분위에서는 67.3%로 상승한 후 9분위와 10분위에서는 75.7%와 82.5%로 크게 높아졌다. 소득 1분위와 10분위 기혼자 비율이 11.9배 차이 날 정도로 임금수준에 따른 결혼 격차가 컸다.

고용형태별로는 고용주인 남성 기혼율이 7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영업자(63.6%)와 정규직(53.1%) 순이었다.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일 경우 기혼율이 28.9%로 급감했고 실업자는 11.6%에 불과했다.

학력도 남성의 결혼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 20~30대 박사는 기혼율이 100%인 반면 중졸 이하는 35.4%로 가장 낮았다. 학력수준별 기혼율은 석사 66.6%, 4년제 대학졸 47.9%, 전문대졸 39.7%, 고졸 39.6%로 조사됐다.

여성은 임금을 많이 받거나 적게 받을 경우 기혼율이 높았고 중위수준 임금을 받을 때 가장 낮았다. 소득수준이 낮은 1분위와 2분위 기혼율이 42.1%와 43.3%였던 것에 반해 중위 수준인 4분위 기혼율은 28.1%로 가장 낮았다. 5분위와 6분위 기혼율도 32.6%와 35.5%로 1·2분위보다 낮았다. 10분위와 9분위 기혼율은 76.7%와 68.1%였다. 고소득층 기혼율이 높은 것은 남성과 비슷했다.

이러한 경향은 학력이 여성 결혼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여성은 학력이 가장 높은 박사(76.1%)와 학력이 가장 낮은 중졸 이하(77.6%)에서 기혼율이 가장 높았다. 석사(63.9%)와 고졸(64.3%)에서도 기혼율이 높았다. 반면 중위 학력인 대졸(48.1%)과 전문대졸(46.8%)에서 가장 낮았다.

다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연령이나 취업 여부 같은 다른 조건을 통제(제외)하고 학력 수준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을 때 여성은 학력이 낮을수록 결혼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고용형태별 기혼율은 무급가족종사자(77.4%)와 고용주(71.5%)에서 가장 높았고 실업자(12.7%)에서 가장 낮았는데, 고용형태가 결혼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비정규직(39.8%)이 정규직(37.3%)보다 기혼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양질의 일자리 없으면 저출산 해결 어려워



김 선임연구위원은 “남성은 고학력과 안정된 일자리, 적정임금 같은 가족 생계를 책임질 만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결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여성은 취업 여부나 고용형태가 결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임금수준 역시 고소득일 경우에 가장 높긴 했지만 저소득일 경우라도 낮지 않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내 기혼여성의 지위가 가계보조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체제에서 일과 생활의 양립이 어려운 기혼여성 상당수가 출산과 양육기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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