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두 차례 대국민 사과가 민심을 더욱 자극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하야·탄핵을 요구하는 압도적인 여론에도 박 대통령은 다시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면서 "국정혼란과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을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께서 맡겨 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2선 후퇴를 비롯한 정국해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가족 간 교류마저 끊고 지내면서도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고 왕래를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대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대기업에서 강제모금을 추진할 때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최씨 개인 일탈 문제로 사건을 축소했다. 검찰에게 수사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변명성 대국민 사과에 민심은 들끓었다. 지난 5일에는 시민 20만명(주최측 추산)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1차 집회 5만명보다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노동계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는 기업의 뒷돈을 받아 챙기며 최순실과 더불어 국정을 농단했고 성과퇴출제 등 노동개악 정책을 재벌들에게 갖다 바쳤다"며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앉아 검찰수사를 받겠다는 것은 진상을 밝히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에서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내치를 맡길 생각도, 퇴진할 생각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진정한 사과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제대로 된 수사는 권력을 내려놓고 받을 때 가능하다"고 하야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