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 재단과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주최로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전태일 정신과 불교 토론회. 정기훈 기자

한국 불교가 전태일 열사의 삶에서 드러난 '자비로운 분노'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전태일재단(이사장 이수호)과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 공동주최로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 불교, 노동을 마주 보다-전태일 정신과 불교' 토론회에서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태일은 고통받는 어린 여성노동자의 삶에 대한 사랑·자비의 정신과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비인간적 사회현실에 대한 강력한 분노를 함께 가졌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태일의 정신은 생명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존중, 인간해방 사상"이라며 "일체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부처의 말씀처럼,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 노동기본권을 억압당했던 사회에서 '노동자도 인간'이라고 한 위대한 각성이자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극한 인간사랑, 중생에 대한 자비심, 자비에 기반을 둔 보시와 실천, 깨달음이야말로 한국 불교가 전태일 정신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시민보살'의 정치적 각성을 주장하며 "불교가 세상을 변혁하는 종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시민보살은 불교의 가르침을 종교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시민사회 영역으로 확대하고 실천하는 존재"라며 "불교는 시민보살을 양성하는 학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난 세기 한국 불교는 역사와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다"며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불교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불교적 사명을 자각하고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불교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법 스님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비록 불교계가 전태일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늦게 마련됐지만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면서 그동안 간과한 부분을 새롭게 해석하고 시대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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