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확대, 국내고용에 부정적 영향"

제조업 전후방 산업의 해외진출 확대가 국내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부)는 지난 2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산업노동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 78개 3단위 업종에 대한 2001~2014년 패널자료를 이용해 각 업종의 고용증가율이 해당 업종과 전후방 연관업종의 해외직접투자 변화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했다.

◇한국,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빠르게 증가=우리나라 제조업 해외직접투자는 1980년대 후반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90년 4억8천달러였던 연간 해외직접투자액은 지난해 73억2천달러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투자금액은 11억8천달러에서 1천74억4천달러로 91배 이상 늘었다.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증가 속도는 국내 생산증가·자본축적 속도와 비교해 매우 빨랐다. 2000~2014년 제조업 부가가치와 유형고정자산 연말잔액은 각각 2.4배·2.1배 규모 증가했는데,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액은 연간투자액 기준으로 44배, 누적투자액 기준으로는 5.9배 커졌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자본 축적이 국내생산과 자본축적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는 얘기다.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동안 제조업 고용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91년 516만명으로 정점에 이르기까지 급증했지만 90년대 이후 절대 규모가 감소해 지난해 449만명으로 축소됐다. 지난 25년간 제조업에서 6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전 산업 취업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89년 27.8%로 정점을 찍은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17.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제조업 고용비중 감소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도 훨씬 빠르다. 90~2007년 사이 OECD 회원국 제조업 고용비중이 평균 4.9%포인트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치의 두 배를 웃도는 10.4%포인트가 줄었다.

◇"투자전략 조정기구 필요"=황 교수가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가 고용에 미친 영향에 대해 실증분석을 시도한 결과 제조업 전후방 산업의 해외진출 확대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특정 부문 해외직접투자 확대로 인해 국내 분업구조 재편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상당한 크기의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직접투자를 어떤 지역에 하느냐에 따라 국내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도 드러났다. 황 교수는 “제품 판매처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선진국에 대한 수평적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하면 국내고용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의 경우 전방산업으로부터의 파급효과와 후방산업으로부터의 파급효과 모두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국내고용에 미치는 해외직접투자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할 때 해당 산업에 대한 직접효과뿐 아니라 산업 간 파급효과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황 교수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자적 의사결정 아래 추진되는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생산 분업체계의 기능저하를 초래해 다른 부문으로 피해가 전이되지 않도록 각 부문의 투자전략을 조율하는 조정기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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