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뜸하던 동기가 전화를 걸어왔다. 대뜸 이게 나라냐고 묻고는 말이 없다. 질문의 꼴을 갖췄지만 답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서로 알았다. 한숨이 같이 깊었고 적막이 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소식이 들려온 날에도 그 친구와 나는 별말이 없었다. 먹던 밥을 다 남기고 나와서 멀뚱히 선 채로 연기만 삼키고 뿜었다. 한동안 연락 없던 후배가 늦은 밤 전화했다. 혀가 좀 꼬였던데, 그냥 했단다. 허허 실없이 웃기만 했다. 술 한잔 할 때가 됐다고만 답하고 말았다. 밥벌이의 비루함과 아이 키우는 얘기며 갑작스러운 부고 따위 정보를 나누던 동아리 단체채팅방이 그날 들끓었다. 사람들은 말하고 싶었고,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언제나처럼 우리의 몫이었다. 밥벌이 바빠 꾸역꾸역 살아가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다. 언젠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조항을 노랫말 삼아 불렀던 광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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