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철도파업 28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자진출석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한 뒤 동료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불의한 권력에 굴복하지 말라는 국민과 대한민국헌법을 믿고 경찰에 출두합니다.”

철도노조 최장기 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영훈 위원장이 24일 서울 용산경찰서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며 남긴 말이다. 곳곳에서 철도노동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노조는 이날 오전 용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의 경찰 자진출두를 알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김 위원장을 비롯한 20명의 철도노동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이달 7일부터 세 차례 출석을 통보했다.

김 위원장은 “정권과 사측의 불법공세, 징계회부 등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에도 굴하지 않고 태산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합원 동지들을 믿고 이 자리에 섰다”며 “가족에게 가해진 회유와 겁박, 치졸한 홍순만 철도공사 사장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을 철도가족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조는 합법파업을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으므로 철도공사의 고소에 당당히 맞서려 한다”며 “파업투쟁을 지지해 준 국민과 대한민국헌법만을 믿고 출두하는 것으로 이를 계기로 파업투쟁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입증하고, 사회적 대화와 교섭의 물꼬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로 28일째 파업을 이어 갔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열차운행률이 8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군대까지 동원한 막무가내 식 대체인력 투입으로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지난 22일 왕십리역 근처에서 군인 대체기관사의 조치 미흡으로 승객들이 전동차에 1시간30분 가량 갇혀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 관계자는 “국방부가 군 대체인력 투입의 근거로 철도파업을 ‘사회재난’으로 봤다고 답변했는데, 법에 따라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고 필수유지업무를 지키며 하는 파업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위원장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날 7시간 가량 진행됐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위원장은 "파업 전후 과정과 정당성에 관해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충분히 소명했다"며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만큼 불법파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측의 철도안전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한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당국의 즉각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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