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대형마트 노동자의 적응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감정노동자 보호법 마련 요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산재보험은 사후적 조치에 해당하는 만큼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3일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노동·시민단체는 조만간 국회에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요구할 계획이다. 국회는 다음달부터 2017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서비스연맹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네트워크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마련을 국회에 요구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에서 16개의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발의됐다. 하지만 은행 등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만 통과되고 11개 법안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한명숙 전 민주당 의원은 당시 고객의 폭언이나 무리한 요구로부터 감정노동자가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업주 예방조치를 명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노동 5법을 우선 논의하자는 새누리당의 요구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사업주는 고객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예방적 조치를 마련하고, 고객 폭언으로 직원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업무를 일시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사업주는 피해를 입은 직원을 치료하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 산재보험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추가해 감정노동자의 산재 인정 범위가 넓어졌다”며 “그럼에도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한인임 전국네트워크 정책팀장은 “수년 동안 감정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투쟁하면서 소비자 의식은 향상됐지만 예방적 조치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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