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의 세상을 ‘노동개혁’이라 포장하며 추진하려던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자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그날로부터 어느덧 1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단체의 대표자와 임원들이 구속·기소됐고, 징역 수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그리고 힘겹게 병상에서 투쟁하던 백남기 농민은 유명을 달리했다. 다시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던 수많은 시민들은 검찰의 일반교통방해죄 기소로 인해 현재 전국 각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 아래에서 단순참가자를 함부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되묻는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집회에 대해 국가가 ‘허가’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다.

그렇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허가제인가 신고제인가. 집시법은 집회에 대해 사전에 ‘신고’할 것을 요구하고는 있는데, 사전에 신고하지 않으면 주최자는 처벌되며, 미신고집회는 해산명령 대상이 될 수도 있고,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은 처벌될 수 있다. 그리고 교통소통을 이유로 경찰이 ‘금지’한 집회에 참가한 사람도 처벌될 수 있다. 결국 집시법은 실질적으로 허가제이므로 집회 허가제를 절대적으로 금지한 헌법에 반한다고 봐야 마땅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집시법은 일정한 신고절차만 밟으면 일반적·원칙적으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으므로, 집회에 대한 사전신고제도는 헌법 제21조2항의 사전허가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신고만 하면 원칙적으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는 판시는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 금지통고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집시법은 교통소통을 이유로 경찰이 금지한 집회의 경우 단순참가자 중에서도 금지에 위반한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의 경우에만 처벌하며 그 법정형도 형법상의 일반교통방해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런데 검찰은 법정형도 무겁고 ‘금지에 위반한 사실을 알면서 참가한 자’에 한해 처벌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있다.

하지만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집회가 만약 위법하더라도 그 집회에 관계된 누구를, 얼마나 무겁게 처벌할 것인지는 집시법에 규정된 바에 따르는 것이 법을 제정한 취지에 부합한다. 헌법상 집회의 자유가 형사처벌로 인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고, 제한되거나 금지된 집회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집회 단순참가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최대한 처벌 대상을 좁히고 최대한 가볍게 처벌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실로 정치적 언론·출판·집회·결사 등 모든 영역에서의 자유를 말하므로, 이 권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해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판시하고는 있다.

그런데 집시법은 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 등에 관한 집회는 사전 신고,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 등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돼 있다. 한마디로 정치적 약자들이 정부와 재벌, 권력을 비판하는 절박한 목소리가 체육·친목·오락 등을 위한 집회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마라톤 등 체육대회나 지자체의 문화행사를 위해 오랜 시간 차로를 통제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데, 왜 수만의 민중이 울분을 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집회에는 그러한 국가의 협조가 없는지 의문이다. 정치적 집회는 (정권에게) 위험하고 (정권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금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라고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집시법 개정을 논해야 한다. 집회를 완전신고제로 하고, 차벽과 물대포를 사용해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단순참가자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보장·확대해야 한다. 개정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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