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또다시 "성과연봉제 도입이 법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의 "여론 호도"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도입 시기를 미루기로 합의한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과 서울대병원에도 “반드시 올해 안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장관은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과연봉제는 법적 의무로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서울시 산하기관이든 서울대병원이든 모든 공공기관이 국민이 준 의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의 주장은 2013년 4월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규정된 "정년을 연장할 경우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법안 논의 참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금체계 개편 등’은 성과연봉제가 아닌 임금피크제를 의미한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년 60세 연장과 함께 임금조정(임금피크제)이라는 단어를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자고 요구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결국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홍영표 위원장도 지난달 26일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 장관에게 “시간이 지났다고 사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당시 국회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논의했던 것이지 성과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야당 간사였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당시 정부가 표현한 임금체계 개편에는 성과연봉제를 포함해 여러 방안이 포괄적으로 들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에 참여했던 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이 장관이 알면서도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다”며 “회의록을 살펴봐도 임금조정·임금피크제라는 단어는 수백 번 등장하지만 성과급제·성과연봉제라는 단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실 관계자도 “법 개정 때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처벌 조항을 두지 않았던 것은 노사자율로 시행해야 한다는 야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는 논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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