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브라질 상원은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가결했다. 이로써 2003년 이후 13년 동안 지속되던 좌파 노동자당(PT)의 집권이 붕괴됐다. 현직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집권당인 노동자당, 전직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를 상대로 몇 년간 지속된 부정부패 공세가 성공한 것이다. 물론 공세는 부정부패의 원조인 우익 정당들이 주도했고, 그 선봉에는 룰라 대통령 시절 이래 노동자당과의 연정에 참여했던 브라질민주운동당(PMDP)이 서 있었다.

노동자당-민주운동당 연정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전 개발에 관련된 법이었다. 2003년 집권한 룰라 대통령은 전임 카르도주 정권하에서 추진된 석유산업 ‘개방’이 셸과 셰브론 등 다국적기업의 이윤만 보장하는 쪽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를 통한 에너지 규제정책을 강화했다. 특히 2007년 브라질 영해에서 암염하층 유전이 발견되면서 노동자당 정부는 석유 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극빈층 축소와 사회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개방-경쟁' 정책에서 전환해 심해 암염하층 유전에 대한 국영기업 페트라브라스의 독점적 권리를 강화하려 했다. 이 때문에 석유 시장에서 민간 자본, 특히 다국적 기업들의 입지가 축소됐고 국내외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테메르 부통령까지 배출하면서 노동자당과 좌우 연정을 펼쳐 왔던 민주운동당은 국내외 에너지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우익 정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과 손잡고 올해 2월 암염하층 유전 개발에 관련된 법을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은 페트로브라스가 갖고 있던 암염하층 유전의 단독 운영자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외국 기업들이 페트로브라스와 합작하지 않고도 브라질 연안의 암염하층 유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유전 광구에 대한 경매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담고 있었다. 호세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독점 자본을 등에 업은 테메르 부통령과 우익 정당들은 격분했다.

이로써 룰라 정권 이래 우여곡절을 겪으며 유지되던 노동자당-민주운동당 연정은 사실상 막을 내리고, 민주운동당과 사회민주당을 필두로 우익 보수연합은 호세프 대통령의 노동자당 정권을 제거하기 위한 공세를 개시했다.

총 513석의 브라질 하원은 모두 25개 정당이 의석을 갖고 있다. 1당은 67석을 장악한 민주운동당이고, 2당이 60석의 노동자당, 3당이 52석의 사회민주당이다. 총 81석으로 모두 18개 정당이 의석을 갖고 있는 브라질 상원에서 1당은 18석의 민주운동당이고, 2당은 11석의 노동자당과 역시 11석을 보유한 사회민주당이다. 민주운동당과 사회민주당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우익 정당이다. 이런 의회 지형 때문에 룰라 전 대통령은 “예수 그리스도라도 브라질 대통령이라면 가롯 유다와 연합해야 했을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의회 쿠데타’로 권력을 가로챈 테메르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갔다. 여기서 열린 아메리카협회에서 그는 “내가 부통령일 때 <미래로 가는 다리(A Bridge to the Future)> 계획을 만들었고, 정부가 여기에 나온 것들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무산됐다. 그래서 나를 대통령으로 세우는 과정이 추진된 것이다"고 발언함으로써 호세프 대통령 탄핵의 진짜 이유가 부정부패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둘러싼 연정 내부의 이견임을 고백했다. 의회 쿠데타를 위한 행동 강령이라 할 수 있는 <미래로 가는 다리>는 사회복지비 삭감, 노동권과 사회권의 축소, 국가 자산의 민영화, 해외자본 우대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주를 이룬다.

브라질 노동계는 우익 정부가 비정규직 확대, 개인별 교섭 인정을 통한 단체교섭권 무력화,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삭감 및 ‘명예’ 퇴직 도입, 고금리 정책 강행, 퇴직연령 상향을 추진하는 데 반발하면서 투쟁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노동계의 입장도 분명하다. 국제노총(ITUC)은 “우리는 룰라 편이다, We stand with Lula!”는 슬로건을 공식 채택했으며, 브라질 의회의 탄핵을 우익 쿠데타로 규정하고 브라질 민주주의와 노동권 회복 캠페인을 펼쳐 나가고 있다. 국제제조업노조연맹인 인더스트리올도 10월 초 브라질 리오에서 열린 총회에서 “세계 도처에서 경제 엘리트와 정부들에 의해 자행되는 노동계급 권리에 대한 야만적 공격을 비난하며, 민주주의와 노동권에 대한 공격에 맞서 싸우는 브라질 노동계급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비상결의문을 채택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 장관인 제이콥 루는 9월 말 브라질을 방문해 “테메르 정부의 새로운 경제계획은 브라질을 성장을 향한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며 우익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지했다. 쿠데타를 사실상 승인한 것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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