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파견·용역·시간제…. 말 그대로 ‘비정규직 백화점’이었다. 시간강사(비전임교원)가 교수(전임교원)보다 많고, 비정규직 직종도 상담원·시설물관리원·부설학교 기간제교사·운전원·사무보조원·연구보조원으로 다양했다. 비정규직 관련법은 뚜렷한 근거 없이 무시했고, 좀스런 차별도 횡행했다. 한국 최고 교육기관이라는 서울대 얘기다.

감사원은 ‘서울대 비정규직 관련 법률 위반 및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지난 14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국회가 올해 5월 감사원에 통보한 ‘서울대의 학교비정규직 관련 법률 위반 의혹 및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요구안’에 따라 이뤄졌다.

감사원은 서울대가 2년 넘게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사실과 비정규직을 불합리하게 차별처우한 사실을 적발했다. 서울대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위반 행위는 무모할 정도다. 기간제법 사용기간 2년 제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4명을 일시·간헐적 업무 수행자로 분류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뺐다. 18명은 무기계약직 전환 예정자로 분류해 놓고도 기간제로 계속 사용했다.

서울대는 비정규직에게 도서관 문턱을 높이고 어린이집에는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했다. 예컨대 ‘서울대어린이 보육지원센터 규정’에 이를 명시했다. ‘도서관 시행세칙’에는 비정규직의 대출가능 도서와 대여기간을 정규직의 절반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근수당이나 명절휴가비 차별 여부를 놓고도 서울대와 비정규 노동자들은 다투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특히 서울대의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관행을 폭로했다. 서울대 정규직 일반직원·교원은 3천808명인 데 반해 비정규직은 4천235명이나 된다. 그나마 정규직에는 무기계약직 472명이 포함된 숫자다. 감사원은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정규직으로 분류되나 총장이 직접 임명하는 일반 법인직원과 임금·승급체계에서 차이가 난다”고 무기계약직 처우를 설명했다. 고용만 안정됐을 뿐 차별은 그대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규직 혹은 비정규직으로 불리는 이들을 제외하면 엄밀한 의미의 정규직은 3천536명(교원 2천270명 포함)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고용형태가 다양하고 숫자도 많다. 비정규직들은 기간제(676명)·단시간(77명)·비전임교원(2천443명)·조교(366명)·파견(5명)·용역(668명)으로 일하고 있다. 행정기구나 연구시설·지원시설·부속시설을 제외하고 단과대와 대학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만 무려 2천491명이다.

이날 감사원은 2년 초과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차별을 개선하라고 서울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고용노동부가 기간제 근로자 관리개선(안)을 마련해 올해 2월 시행했지만 서울대는 고용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편의시설은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직원 모두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성격의 복리후생이므로 고용형태를 이유로 이용범위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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