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노동자 A씨는 작은 건물의 경비원으로 인근 식당에서 매일 점심을 먹었다. 최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져서 무릎을 크게 다치는 재해를 입었다. 노동자 B씨는 지역의 은행에 근무했고, 사업장에서는 교대로 점심식사를 하도록 했다. B씨는 은행을 이용하는 우수고객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은 뒤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중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구내식당이 없고, 매월 일정액을 사업장으로부터 식사대로 받았기 때문에 A씨와 B씨는 산업재해가 승인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휴게시간 중 재해는 크게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재해와 사업장 안에서 발생한 재해로 구분할 수 있다. 2007년 개정 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서는 사업장 내 재해만 규정하고 있었다. 옛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의2는 “근로기준법 제53조 규정에 의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제공한 휴게시간 중 사업장 내에서 사회통념상 휴게시간 중에 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사상한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재해로 본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2007년 12월14일 산재보험법 전면개정으로 법 제37조1항1호마목에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가 들어갔다.

휴게시간이 근로시간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노동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근기법 제54조2항). 즉 사업주의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지배관리를 벗어난 행위라는 것이다. 만약 휴게시간이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다면 이는 ‘근로시간’으로 간주될 수 있다. 대법원도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1992나 24509 판결).

그렇다면 산재보험법에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로 업무상재해를 규정한 것은 휴게시간의 개념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의 해석처럼 휴게시간 중 재해를 엄격하게 규정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 공단은 질의회시(요양부-3274, 2016. 6.28)에서 “사업주가 점심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 상태에서 사업장 외부에서 발생된 사고는 사업주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어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 이전에 이미 법원은 사업장 밖에서 휴게시간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점심시간 중에 발생한 재해는 그동안 회사에서 행해지던 통상적·정형적·관례적 방법에 따라 점심시간을 이용하던 중에 발생한 경우에 한해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지, 우발적·비정형적이고 특별한 방법에 따라 이용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의 경우에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할 수 없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가 특별히 임의적 외출로 자택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재해를 당한 경우는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두7385 판결). 반면 구내식당이 없는 사업장에 근무하던 노동자가 사업주의 허락을 받아 평소와 같이 점심식사 시간에 자택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바로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중 일어난 재해는 업무상재해로 인정됐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두6549 판결).

이후 법원은 휴게시간 중 외부 식당을 이용한 뒤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는 위 법리를 기초로 “식당이 없거나 이용할 수 없어 자택 등에서 식사를 하고 오던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재해”라고 판단한다(전주지법 2011. 4. 19 선고 2010구합2934 판결, 대법원 확정).

휴게시간 중 식사를 하거나 복귀하는 행위는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9두189 판결).

산재보험법 제37조1항1호마목은 휴게시간 중 재해에 대한 예시규정이며, 명시적 지배관리하에 있지 않더라도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경우 업무상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출퇴근 재해보다 보다 엄격한 구속력을 지닌 “(통상적·정형적·관례적으로) 사업장 밖에서 식사를 하고 복귀하는 행위”는 당연히 업무에 해당한다.

결국 공단의 처분은 구내식당이 있는 노동자만 보호하고, 그만한 시설조차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공단은 산재보험법의 기본 법리를 몰각하고 소송으로 떠미는 관행을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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