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왼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망진단서 작성과 관련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백 교수는 병사 기재가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윤성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정기훈 기자

"백선하 교수는 제 후배이자 뛰어난 신경외과 의사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에 관해서는 사망진단서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윤성 교수가 "연명의료(중단) 때문에 병사로 기재했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교수의 사망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윤성 교수와 백선하 교수는 사제지간이다.

◇"백선하 교수, 사망진단서 작성 몰라"=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교수는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면서 "백선하 교수는 사망진단서 작성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연명의료와 무관하게 사인은 선행원사인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백 교수가 말한 대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충분히 치료했으면 외인사인데, 그렇지 않아서 병사라고 하는 것은 사망진단서 지침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지침에 따르면 심폐정지로 쓰면 안 되는데도 그렇게 썼다. 고칼륨혈증이었다면 심정지만 써야 한다. 폐정지는 이미 심정지 훨씬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직접사인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두 가지 증거만 봐도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관한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곧바로 "저는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은 지침일 뿐"이라며 "사망했을 때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직접적 원인을 기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백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원인은 급성신부전에 의한 고칼륨혈증에 의한 심장정지"라며 "체외투석을 권유했지만 보호자들이 고인의 평소 유지에 따라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사인을 변경할 의향이 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병사·외인사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제가 진료를 하지 않아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는 등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병원의 책임자로 보기 힘들 정도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책임 있는 병원의 원장이란 분이 주치의가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하는 게 맞느냐"며 "병원장은 최소한 백선하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시켜야 하고, 백 교수에 대해 형법 제233조(허위진단서등의 작성) 위반으로 고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 서울대병원 압수수색검증영장에 '살인미수' 기재=한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6일 발부한 서울대병원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뒤 경찰의 압수수색만 집행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검찰이 사망 전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7일 백씨의 진료와 관련한 의무기록 일체를 압수해 갔다.

김 의원이 공개한 영장의 유효기간은 13일로 돼 있다. 영장발부 사유는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피의자 7명의 범죄사실인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등 범죄사실에 대한 검증이다.

검찰은 영장에 "피해자 백남기의 머리 등 부위에 수압 약 2천500~2천800rpm으로 직사살수해 피해자로 하여금 그 충격으로 넘어져 급성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의 상해를 입고 의식불명에 이르게 하였다"고 기재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부분에서는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를 사용해 피해자 백남기의 머리 등 부위에 직사살수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에게 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영장을 발부한 성창호 판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하고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며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발부사유를 적시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이은정 서울대병원 행정처장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모른다"고 답해 은폐 의혹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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