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4-19 개와 늑대의 시간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개와 늑대의 시간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6.10.07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해거름, 낮게 깔린 붉은 빛 온 데 사무쳐 무심코 평범한 것들조차 특별하게 물들던 시간. 걸음 바삐 놀려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은 열리지 않는다. 어둠 곧 짙었고 분간할 수 없는 실루엣이 일렁거린다. 개와 늑대의 시간. 저 멀리 흐릿한 것이 곁을 주던 개인지, 나를 해치려는 늑대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짙다. 사람들은 촛불을 밝혔다. 경찰 방패 잠시 물러간 자리에 비닐 이불을 깔았다. 물대포에 '병사'한 어느 농민은 안치실에 누워 황천길 가는 연락선을 기다린다. 침몰한 배에서 사그라든 어떤 이름을 여태 가슴팍에 매단 엄마아빠가 노란색 상복 입고 남의 집 상가를 지킨다. 바람에 사그라들까, 두 손 모아 촛불을 살린다. 말없이 손팻말 쥐고 울음을 꺽꺽 삼킨다. 절대로 잊지 않을게 노래한다. 엄마 손 잡은 아이가, 스무 살 학생이, 머리칼 하얀 노인이, 또 파업 나선 수만의 노동자들이 저마다 백남기를 자처하며 책임자 처벌을 말하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 온갖 모욕의 말들만이 언젠가의 시시티브이 영상 속 물대포처럼 날아들어 산 사람을 부검한다. 개돼지의 시간이다. '사람의 길'을 포기 말아 달라고 눈 붉은 유가족이 글 남겨 당부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해거름, 낮게 깔린 붉은 빛 온 데 사무쳐 무심코 평범한 것들조차 특별하게 물들던 시간. 걸음 바삐 놀려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은 열리지 않는다. 어둠 곧 짙었고 분간할 수 없는 실루엣이 일렁거린다. 개와 늑대의 시간. 저 멀리 흐릿한 것이 곁을 주던 개인지, 나를 해치려는 늑대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짙다. 사람들은 촛불을 밝혔다. 경찰 방패 잠시 물러간 자리에 비닐 이불을 깔았다. 물대포에 '병사'한 어느 농민은 안치실에 누워 황천길 가는 연락선을 기다린다. 침몰한 배에서 사그라든 어떤 이름을 여태 가슴팍에 매단 엄마아빠가 노란색 상복 입고 남의 집 상가를 지킨다. 바람에 사그라들까, 두 손 모아 촛불을 살린다. 말없이 손팻말 쥐고 울음을 꺽꺽 삼킨다. 절대로 잊지 않을게 노래한다. 엄마 손 잡은 아이가, 스무 살 학생이, 머리칼 하얀 노인이, 또 파업 나선 수만의 노동자들이 저마다 백남기를 자처하며 책임자 처벌을 말하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 온갖 모욕의 말들만이 언젠가의 시시티브이 영상 속 물대포처럼 날아들어 산 사람을 부검한다. 개돼지의 시간이다. '사람의 길'을 포기 말아 달라고 눈 붉은 유가족이 글 남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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