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노조) 파업에 대한 보수언론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파업이 대기업 정규직 이기주의고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다. 보수언론의 파업 알레르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도 있다.

현대차 파업이 정말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경제 침체에 대한 이해와 처방은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이슈다. 한국 사회 중장기 전망과 직결된 중요한 쟁점이다. 최근 현대차와 공공기관 파업에서부터 쟁점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현대차 파업이 아니라 대다수 한국 노동자가 파업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황당한 주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따져 보자.

현대차 국내공장은 2000년대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 늘었다. 이 기간 현대차노조도 매년 열심히 임단투를 해서 임금을 두 배 올렸다. 현대차 내부만 보자면 분배에 있어 노조가 과했다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국 경제 전체를 보면 국내총생산이 두 배 증가했는데도 노동자 1인당 보수는 그보다 못한 1.7배 증가에 그쳤다. 노동소득 분배율도 하락했고, 기업소득 대비 가계소득 크기도 낮아졌다. 생산성 증가에 비해 임금 증가가 한참 뒤처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 그런가. 보수언론이 귀족노조라 부르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다른 노동자의 몫을 차지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니다. 노동자 전체의 임금이 이윤이나 생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노동자 내부의 분배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국민경제 생산성 향상에 준해 임금인상을 쟁취한 데 반해 나머지 노동자는 그렇지 못했다.

국민계정을 이용해 계산해 보자. 만약 2001년부터 현재까지 생산성(취업자당 국내순생산) 향상에 준해 노동자 전체 임금이 증가했다면 지난해에만 약 50조원의 임금을 노동자가 받았어야 했다.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이 한 해 5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가 빼앗긴 몫이 그대로 재벌의 곳간에 쌓인 꼴이기도 하다. 50조원은 전체 노동자의 85%를 차지하는 비대기업, 비정규 노동자가 1년에 300만원을 임금으로 더 가져갈 수 있는 액수다.

노조가 있었더라면 연 300만원, 월 25만원 정도의 임금은 어렵지 않게 인상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재벌은 노조가 없는 탓에 이 돈을 어렵지 않게 착취해 곳간에 쌓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사용자에게 관대하고 노동자에게 엄격한 노조 제도 탓에 한국에서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가 노조를 만드는 것은 정말 하늘에 별 따기다. 현대차노조와 같이 힘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다른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 임금을 함께 올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 또한 한국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산업별 교섭은 고사하고 어떤 형태의 집단교섭에 대해서도 사용자와 정부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가 2000년대 중반부터 사측에 금속노조 산업별교섭에 참여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무시해 왔다. 심지어 올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도 집단교섭을 해 보려 했는데, 이마저도 사측 반대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공공기관 노조들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집단교섭을 요구해도 정부는 번번이 이를 거부했다. 대기업 노조가 사회적 분배보다 기업 내부 분배에 더 집중하는 것은 조합원의 이기적 요구보다는 기업과 정부의 강요 탓이다.

현재 세계경제 침체의 중요한 원인은 노동자 소득 정체로 인한 소비 감소다. 경제학자마다 강조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임금 인상을 핵심에 둔 미국 민주당의 포용적 성장 정책이나, 가계소득을 올려 세계금융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하고 있는 스웨덴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미국의 포용적 성장 정책은 최저임금 정책 이상으로 노조의 단체협약 확대를 임금인상의 중요한 제도로 제시하고 있다. 주야장천 귀족노조 탓만 하고 있는 한국 정부나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요약하면, 보수언론과 정부가 딱지 붙인 귀족노조의 파업이 아니라 너무 쉽게 재벌 곳간에 그들의 초과 착취된 노동을 쌓아 주고 있는 중소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가 문제다. 경제 침체와 재벌 독식을 완화하려면 비대기업, 비정규 노동자가 파업할 수 있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다수 노동자가 노조로 뭉쳐 파업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시급한 과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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