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에 만들어진 페이퍼노조를 이유로 금속노조 교섭요구를 회피했던 ㈜대창이 노조 소속 지회 파괴작업을 본격화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창은 경기도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회사로, 건설현장 등에서 기계 배관 소재로 쓰이는 황동봉 같은 동제품을 생산하는 비철금속 제조업체다.

회사측은 임금인상 등을 미끼로 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 탈퇴를 회유하면서 새로운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시적으로 생산량을 줄인 뒤 노조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런 내용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공개한 3개 음성파일에서 확인됐다.

“10월에 복수노조 설립 … 구조조정으로 솎아 낸다”

이 의원이 공개한 음성파일 중 1개는 대창 시흥공장의 금속노조 조합원과 금속노조를 탈퇴한 비조합원이 지난 4일 오전에 나눈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머지 두 개는 4일과 5일 서울사무소에서 녹음된 파일이다.

시흥공장에서 녹음된 음성파일을 들어 보면 10월 중순께 회사에 복수노조가 설립된다는 대목이 나온다. 최근 “금속노조가 싫다”는 이유로 지회를 탈퇴한 이아무개씨는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원래 10월20일에 50명하고 같이 탈퇴하려고 했다. 그런데 먼저 탈퇴해 욕을 얻어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에게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을 털어놨다. 이씨는 “오늘(4일) 설명회에서 들은 얘기”라며 “(1만톤을 생산하던) 회사가 앞으로 5천톤밖에 안 한다. 어차피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전체 인원의) 3분의 1은 나가야 한다는데, (금속노조에 속한) 최고 악당들만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정○○ 부회장이 그거 때문에 온 거 아니냐. 선택을 잘해야 한다. 나중에 온 사람은 자리가 없다”며 노조탈퇴를 종용했다.

조합원이 “돈 벌 기회가 많은데도 그걸 거부하면서 생산을 줄이냐”고 반문하자 이씨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드는 직원들을) 솎아 내려는 것이다. 나중에 안정되거든 (생산량을 다시) 올리지”라고 답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씨가 말한 정아무개 부회장은 두산그룹 출신으로, 1996년께 두산그룹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노조탄압으로 악명을 떨친 인사로 전해졌다. 이씨는 음성파일에서 “회사는 직장폐쇄를 절대 안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른 사업장처럼) 이슈가 돼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노조 탈퇴 직원에게 임금인상 약속”

서울사무소에서 녹음된 두 개의 파일에는 노조 탈퇴자들에 대한 금전혜택이나 관리자들의 노조탈퇴 회유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금속노조를 최근 탈퇴한 조합원은 4일 한 조합원과의 대화에서 “(영업) 본부장이 한 약속”이라며 “기본급 9.5%, 이것저것 따지면 총 10% 올라가는 것으로 얘기됐다”고 말했다. 조합원이 “조합을 탈퇴하면 (임금인상을) 해 준다는 것이냐”고 묻자 “탈퇴를 하면 해 준다는 게 아니고 탈퇴를 하면서 (원하는 걸 얘기하라고 해서) 요구안을 한 번 얘기했거든”이라고 답했다. 사측이 노조를 탈퇴한 직원들이 새로운 노조를 만들 경우 일정한 임금인상을 약속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다른 녹음파일은 고아무개 부장과 한 조합원이 5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조합원이 노조 탈퇴 여부와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자, 고 부장은 “네가 탈퇴를 주도했어야지” 혹은 “(탈퇴를 하면) 조만간 회사 차원에서 (임금 등을) 다 보상해 주기로 했는데, 과장으로 진급을 해야 할 거 아냐, 급여도 더 올라가고 하니까”라며 금속노조 탈퇴를 설득했다. 고 부장은 “(우리 부서에 조합원이) 세 명 있는데 (탈퇴하지 않으면) 혼자만 외톨이가 된다”는 말도 했다. 회사 차원에서 노조 탈퇴작업이 진행 중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금속노조 탈퇴 시작 … “특별근로감독 시급”

대창은 올해 4월 설립한 금속노조 대창지회가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2003년 설립된 조합원 4명의 기존노조가 교섭대표노조"라고 주장하며 교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을 것을 주문하고, 경기지노위가 기존노조에 대한 해산명령을 의결하기까지 했다.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자 회사가 산별노조 흔들기에 나선 셈이다. 노사는 이날까지 11차례 임금·단체교섭을 했다. 지회는 8월17일부터 파업 중이다. 이날까지 지회 조합원 258명 중 18명이 탈퇴했다.

이용득 의원은 “노조원들을 차별·회유하고 복수노조를 설립하는 방식의 노조탄압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회사 관계자는 음성파일 내용과 관련해 “소설 같은 얘기”라며 “일부 노조원들이 탈퇴한 것은 알고 있지만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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