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협력업체 노사와 티브로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달 30일 협력업체에서 해고된 22명의 설치기사를 복직시키고 협력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보장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티브로드는 노조와 노동·시민단체의 복직투쟁을 수개월 동안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합의안 마련에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태광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해 그룹 핵심인사인 김기유 경영기획관리실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그간 티브로드와 모기업 태광그룹은 △그룹총수의 병보석 △부당 내부거래 △하청업체 해고 문제로 야당과 노동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국회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동시다발로 증인채택 압력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태광그룹 경제민주화 역행 기업 비난 휩싸여

정무위에서는 태광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주목하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시중가보다 비싸게 알타리김치와 와인 등을 구매해 직원 성과급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고, 또 다른 계열사 태광산업은 울산공장 하청업체에 와인을 강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알타리김치와 와인은 태광그룹 계열사에서 생산한 것이다. 김치는 골프장인 휘슬링락CC에서 제조·판매했고, 와인은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메르벵의 상품이다.

이에 앞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티브로드 전주기술센터와 한빛북부센터에서 발생한 51명의 해고 사태와 관련해 김재필 티브로드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여당이 지난달 26일 미방위 국감을 보이콧하면서 증인석에는 서지 않았다.

간암이라던 이호진 전 회장 둘러싼 의혹 확산

그룹사 오너에게도 화살이 향하고 있다. 2012년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호진 전 회장과 관련한 의혹이다.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은 이 전 회장의 구속 수감을 요구했다. 병보석으로 풀려날 건강상 이유가 없고 적법하게 형기를 채워야 한다는 이유였다. 실제 최근 병보석 사유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야당 의원들을 통해 공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은 지난 6월 한 사찰에서 찍힌 것으로 이 전 회장은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두 의원은 “이 전 회장이 건강한 모습으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며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전 회장은 1천억원대 회사자금을 횡령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간암 등 건강상 이유로 같은해 6월 병보석을 결정받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수감 기간은 63일에 불과했다.

노동계는 티브로드 노사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 이런 정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단식농성과 고공농성, 불매운동까지 노동자와 시민들이 나서 요구할 때도 꿈쩍하지 않던 티브로드를 움직인 게 정치권이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를 선 것도 한몫했다. 티브로드는 “협력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위해 (원청인 티브로드가) 노력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지부가 반대하면서 “고용승계될 수 있도록 원청이 지원한다”는 내용의 고용보장안이 마련됐다는 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상임위에서 티브로드 현안이 논의되면서 태광그룹이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남신 재벌책임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국회 앞 농성도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태광그룹의 아킬레스건인 이호진 전 회장 의혹이 거론되면서 티브로드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고 해석했다.

한편 지부는 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열고 잠정합의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인식은 5일 열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