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아파트·학교 경비원이나 순찰·보안원 같은 감시·단속 노동자의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해부터 감시·단속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면서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간당 임금을 높이는 편법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동부는 4일 내놓은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사용자의 감시 아래 있거나 특정 근무장소에 강제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근로계약에 휴게시간으로 규정돼 있으나 경비실 같이 특정 근무장소를 벗어날 수 없는 경우 △야간 휴게시간에 수면을 취하면 제재를 받거나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감시·감독을 받는 경우는 모두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휴게시간에 대해서는 △근로행위로부터 완전히 이탈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경우 △근무장소에서 쉬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휴게장소를 선택한 경우 △일정 구역을 벗어날 수 없는 등 다소 장소적 제약이 있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쉬거나 이용이 가능한 시간으로 정의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화재 발생이나 외부인 침입 같은 돌발상황에 대응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러한 조치로는 감식·단속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비노동자의 경우는 단순 경비업무뿐만 아니라 청소와 분리수거·화단관리·택배업무·시설관리 같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근로시간·휴게시간 적용제외(근로기준법 63조) 조항을 적용받아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고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과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칫 가이드라인이 법의 그물망을 벗어나 근무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바꾸는 방법만 가르쳐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는 아파트 경비원을 중심으로 해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감시·단속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면서 입주자들이 경비 절감을 이유로 이들을 해고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같은 시간 일하는데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간당 임금을 올려 최저임금을 편법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노동부도 가이드라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회피 등을 목적으로 휴게시간을 과다하게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지만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처벌 의지도 보이지 않고 구속력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남발하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근로시간·휴게시간 적용제외 대상에서 아파트 경비원을 빼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