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국제노동계 대표단이 우리나라 공공부문노조 파업을 지원하고 노동운동가 탄압에 대해 규탄했다. 지난달 26일 입국한 국제운수노련(ITF)·국제공공노련(PSI)·가맹조직으로 구성된 10여명의 국제노동계 대표단은 연대활동을 마치고 이달 1일 출국했다.

국제노동계 대표단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을 면회했다. 국회 기자회견·간담회,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파업 집회에 참가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출국에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매일노동뉴스>가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국제노동계 대표단을 만났다.

간담회에는 스튜어트 하워드 국제운수노련 사무부총장·찰스 플러리 캐나다 공공노조 사무처장·두니아제 자오슈 프랑스노총 공무원노조 국제연대위원장·러렌스 발 국제운수노련 전략집행 담당자·하워드 필립스 뉴질랜드 철도항만운수노조 부위원장·피터 알렌 호주철도트램버스노조 교섭실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공운수노조·철도노조·부산지하철노조 투쟁조끼를 입고 있었다. 두니아제 자오슈 프랑스노총 공무원노조 국제연대위원장은 “투쟁조끼를 입으면 한국의 동지들과 함께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공공성 남아있는 한국”

국제노동계 대표단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각국에서 추진됐던 '공공부문 성과주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스튜어트 하워드 국제운수노련 사무부총장은 “한국의 성과연봉제는 집단적 노동조건을 개별화하려는 첫 번째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공공부문 민영화 바람이 불면서 개별화된 근로계약이 일찍부터 시작됐다”며 “노동권과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공공·민간부문에 이미 퍼져있다”고 말했다.

하워드 필립스 뉴질랜드 철도항만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뉴질랜드에서는 80~90년대 노동개악과 함께 공공부문 민영화가 진행됐는데 성과연동 임금체계도 그 당시 도입됐다”며 “우리가 보기에 한국은 그나마 공공성을 지키고 있고 노동자들이 공공성을 보호하려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프랑스·호주에서는 공공부문 임금체계에 성과연봉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찰스 플러리 캐나다 공공노조 사무처장은 “공공부문 임금체계에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한국에서 정착되면 캐나다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막아야 한다”며 “각국 정부들은 나쁜 정책을 서로 활용하기 때문에 노조들도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유지업무 인력 비율 높아”

국제노동계 대표단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들은 이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노조 탄압 중단을 요청할 예정이었다. 피터 알렌 호주철도트램버스노조 교섭실장은 이 장관과의 면담에서 “노조의 파업을 불법화하는 탄압을 중단하고 교섭을 통해 해결하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두니아제 자오슈 프랑스노총 공무원노조 국제연대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은 노조와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국제노동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한국은 파업권을 봉쇄하는 필수유지업무 인력 비율이 너무 높고 공무원에게 파업권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하워드 국제운수노련 사무부총장은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면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성과중심으로 운영될 때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에 비해 한국은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이른 단계에 있음에도 그 위험성을 노조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노조가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의 상황을 알리고 연대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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