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자율주행·3D 프린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산업지형과 노동시장의 미래를 얼마나 변화시킬까. 육체노동을 넘어 정신노동까지 자동화되면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지만 일자리를 줄이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인간의 삶이 피폐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있다.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돈을 주자는 기본소득도 4차 산업혁명이 혹여 가져올 나쁜 영향에 미리 대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개원 28주년을 맞아 3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술 변화와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기념세미나를 개최한다. 4명의 발제자와 14명의 토론자가 참여해 이날 하루 동안 열띤 논의를 진행한다.

노동연구원은 “인공지능과 일자리 미래, 디지털 기술에 따른 고용형태 다양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줄일까 늘릴까

세미나 주발제자로 참여하는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전자공학)는 이날 사전 배포한 ‘기술혁신의 가속화와 미래 사회의 변화’ 자료에서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산업혁명과 같이 일자리 형태를 바꿀 뿐 일자리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을 폈다.

올해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만 5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미국에 현존하는 일자리 가운데 절반가량(47%)이 향후 20년 이내에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교수는 “산업혁명을 포함해 인류 역사상 기술 혁신이 일자리 총량을 줄였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증기기관·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1784년)과 전기·대량생산이 핵심이었던 2차 산업혁명(1870년),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자동화로 표상되는 3차 산업혁명(1969년)까지 기술 혁신은 산업형태를 바꿨지만 일자리를 줄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의 노동은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서 인간의 자아실현 욕구 충족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화와 서비스 생산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담당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아실현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쓸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이에 따라 △인공지능·로봇을 담당하는 과학기술 인재 △자아실현에 도전하는 기업가적 인재 △생산·소비의 분배구조를 담당할 사회적 인재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기술 발전 자체보다 인간의 대처 노력이 중요”

‘디지털시대 노동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하는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의 산업·노동 환경 변화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연구위원은 “디지털·스마트 시대로의 전환 자체가 노동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역사적 경험이 보여주듯 변화의 파고에 어떻게 대처하고 노동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화로 인한 노동의 부정적 효과가 사람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자리와 노동의 존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변화의 물결 속에 우리 경제와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유지하면서 노동시장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직업훈련·직업능력개발훈련 강화(1년 1주 유급 직업훈련시간 보장) △노동시간·장소 결정에 관한 노동자 권리 보장 △O2O(Online To Offline) 커머스·클라우드 워크 같은 플랫폼 기반 종사자(특수고용직 등)에 대한 노동법상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세미나에서는 또 노동연구원의 황덕순 선임연구위원과 박찬임 선임연구위원이 ‘디지털 기반 사업형태 다양화와 고용형태의 분화’와 ‘고용형태 다양화와 사회보장’을 주제로 각각 발제한다.

오후에는 방하남 노동연구원장 사회로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이병훈 중앙대 교수·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박지순 고려대 교수·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문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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