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조합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노조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해고연봉제 저지와 의료인력법 제정을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보건의료노조가 성과연봉제를 파업으로 막을 테니 국회는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화답해 주십시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의 호소가 국회와 서울 여의도공원 일대에 울렸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와 같은당 윤소하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조와 두 손 꼭 잡고 실천하겠다”고 화답했다. 노조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조합원 5천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파업에 들어간 보훈병원지부(지부장 김석원)와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지부장 최숙현) 조합원들은 각각 노란색과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구호를 외치며 파도타기가 시작되자 보란색과 노란색이 뒤엉켜 물결을 만들었다. 노조는 “병원에 필요한 것은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인력충원”이라며 “노사합의 없이 불법적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파업에 조합원 4천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거리로 나온 병원 노동자들“성과연봉제 안 돼”

이날 파업 주력은 근로복지공단직영병원과 보훈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근로복지공단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노동자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4급 직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했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근무하는 김영한(43)씨는 곧 성과연봉제 대상자가 된다. 물리치료사인 그는 "어떻게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고 하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물리치료사가 개인별 실적을 평가받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치료 환자를 늘리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김씨는 “결국 환자를 많이 봐야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 환자에게 맞는 재활법을 찾기 보다 손쉬운 방법만 좇을까 봐 걱정된다”며 “환자들은 재활을 위해 더 오랜 시간 치료를 받는 일이 생기고 결국 일상 생활 복귀가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백병원에는 산재 환자 외에도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태백시에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은 태백병원이 유일하다. 간호사 김선혜(가명)씨는 “탄광과 광산에서 일하다 진폐증에 걸린 노동자들도, 고령의 지역주민도 찾는 병원에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한다”며 “정부가 병원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노조 “성과연봉제 철회 없이 교섭 없다”

보훈병원과 근로복지공단직영병원 노사는 수개월 동안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었다. 두 지부는 지난 12일 쟁의조정 신청을 내고 집중교섭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7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들 지부는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석원 지부장은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압박하는데 정부가 내정한 공단 이사장이 무슨 힘이 있겠냐”며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양보한다면 모든 걸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노동개악 저지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 △의료민영화 반대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노조는 “4만8천명의 조합원이 해고 연봉제를 반대하고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 총력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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