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6일은 새벽부터 바빴다. 오전 10시 광주고등법원 재판이었다. 지난 23일 오후부터 광주행을 알아봤는데 오전 6시37분 이후엔 7시55분 출발이었다. 오전 6시37분까지는 경기도 용인집에서 서울 용산역까지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7시55분 열차를 예약해야 했는데 그것도 예약대기하고서야 겨우 예매할 수 있었다. 지난 2월1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파견근로라는 1심판결을 선고받았던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사건, 그 항소심 재판의 첫 변론 준비기일이었는데 지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기어이 출석해야 한다고 새벽부터 서둘러 나와 재판부와 상대방 사측대리인 변호사에게 사정을 연락해 두는 일로 KTX에 탑승하고서도 바빴다. 이런 날 서울로 돌아올 열차 예매로 코레일앱을 열었다가 읽었다. "코레일에서는 관련법에 의거 적법하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음에도 철도노조는 이를 반대하며 9월27일부터 불법적인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에서는 파업을 막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철도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에는 열차운행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국민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27일 돌입한다는 철도노조 파업에 관한 열차이용 안내문이었다.

2. 철도공사는 성과연봉제를 어떻게 '관련법에 의거 적법하게' 도입했다는 것인지, 혹시 노조 동의라도 받고서 했다는 것인지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해 봤다. 호남들판을 달리는 KTX-산천호에서 나는 지난 5월30일,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에 관한 보수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뉴스를 읽었다. 당시 밖에서는 철도노조는 반대 규탄집회를 했다고 노조 게시판에서 알리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설정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마감시한을 앞두고 사용자 철도공사는 노동조합이 반대하는데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보수규정에 성과연봉제 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과반수노조 또는 근로자과반수의 동의 없이 사용자 회사가 일방적으로 회사 규정을 개정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노조 혹은 그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과반수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제94조1항). 사용자에게 국가가 강행법률로 노동자측의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이를 위반한 사용자에 대해선 벌금 500만원 이하로 처벌하고 있으니 위반은 범죄인 것이다(제114조 제1호). 사실 사용자가 만드는 취업규칙으로 근로계약에서 정할 근로조건을 정하고서 법처럼 해당 사업장에서 규율할 수 있다는 게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거라고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규정을 노동법 학자들은 교과서에서 해설하고, 법원은 판결해 왔다. 그로 인해 이 나라에서 근로계약이 적용돼야 할 사업장은 계약 자유 없는 사용자의 왕국이 됐다. 거기서 노동자는 근로계약 위에 군림하는 사용자의 취업규칙에 의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정해지는 노예 신세가 됐다. 그나마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만 과반수노조 또는 그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이 나라는 이 법대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연봉제가 일부 근로자에게는 분명히 종전 임금제에 비해서 불리할 것이니 법대로라면 적어도 과반수노조가 반대하는 경우에는 사용자 맘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과반수노조가 있는 공공기관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반대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시한까지 정해 정부는 지시하고 대통령이 직접 점검 보고를 받겠다고 하고,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그걸 이행하겠다고 이사회를 열어 도입을 위한 회사 규정을 개정하고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보고하는 일이 이 나라에서 벌어졌다. 법대로라면 과반수노조의 동의 없이 한 것이니 위법·무효라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했다고 보고해야 했는데, 공공기관 사용자는 정부에 도입했노라고 보고했다. 정부가 고용노동부의 안내지침을 통해서 과반수노조가 반대해도 사용자가 회사 규정 개정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사회통념상 합리성 운운하는 판례를 언급하며 과반수노조 동의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거라고 안내해 놓았으니 사용자들은 당당히 보고했다. 그래서 오늘 철도공사도 "코레일에서는 관련법에 의거 적법하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파업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는 것이다. 법 위반이라고, 과반수노조 동의를 얻어서 해야 한다고 노동조합이 수도 없이 법대로 하라고 외쳤건만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무시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법 준수가 아닌 법 위반이 사회통념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이 극히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쓴 법리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일반인 양 왜곡하고서 노동부 등 이 나라의 권력은 도입 필요성을 강변하면서 불법을 적법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만약 노동자보호라는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법의 예외로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사용자가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거쳐서 도입한 성과연봉제인 경우라도 그것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것이니 도대체가 사회통념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로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써야 했다.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사용자 맘대로 정할 수 있다고 보는, 노동자권리에 대한 무지가 오늘 이 나라에서 사용자가 "관련법에 의거 적법하게 도입했다"는 착각을 불러왔다. 어쨌거나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법리 운운하면서 적법·유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오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두고서는 감히 사용자가 자신의 성과연봉제 도입 행위가 “관련법에 의거 적법”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3. 그런데 노동부도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불법파업일 수 있다고 질의회신했다는 뉴스다. 노동부는 지난 22일 “철도공사의 질의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명확한 회신이 어려우나, 노조의 실질적 파업 목적이 교섭재개를 통한 개정된 보수규정 철회라면 이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개정된 보수규정의 효력을 부인하자는 것으로 사법적 판단에 관한 것이므로 목적상 정당성이 없다”는 질의회신을 철도공사에 보냈다. 이에 앞서 철도공사는 같은날 “이번 파업이 5월30일 개정된 성과연봉제 관련 보수규정의 효력 유무에 대한 다툼으로서 이는 사법부 판단을 통해 다뤄질 권리분쟁 사항으로 쟁의대상으로 정당하지 않다”며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질의를 노동부에 했었다. 질의를 한 사용자도 회신을 한 권력도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불법이라는 데 이구동성인 것이다. 잘못된 물음에 잘못된 답변이 신속히 오고가더니 결론은 불법파업이라고 철도노조 파업을 낙인찍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철도노조는 철도공사가 개정한 성과연봉제 관련 보수규정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는 확인을 받기 위해서 파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법 위반의 범죄행위이라는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서 철도노조는 사용자 철도공사를 상대로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인데, 이걸 제대로 된 질의라고 하고 제대로 된 회신이라고 했다는 것인가. 어떤 사업장보다도 법을 준수해서 운영해야 할 공기업이 한 질의이고 어떤 기관보다 엄격히 법을 해석해서 집행해야 할 노동부가 한 회신이라니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헌법과 노동법은 바로 그들의 질의와 회신에서 망가지고 말았다.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파업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철도공사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다. 종전의 임금제도를 변경해서 성과주의 임금제도인 성과연봉제가 철도공사에서 도입·시행되는 걸 반대해서 철도노조는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적용될 임금제도의 변경에 관해서 교섭과 쟁의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야말로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단체교섭 사항이고 단체행동인 쟁의행위 대상이라는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다. 그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교섭하자고 하기만 했으면 교섭의 대상과 쟁의의 목적으로 정당한 것일 수밖에 없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엉뚱하게도 회사 규정의 유·무효를 둘러싸고 노조가 무효라는 해석을 확인받겠다고 파업투쟁을 시도하고 있다고 묻고, 그렇다면 불법이라고 답하는 것이 이 나라에서 국가권력과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이 하고 있는 짓이다. 그 질의회신을 통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법적인 표현으로 했다.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이길 바라는 사용자와 권력의 바람을 질의하고 회신했다.

4. 이렇게 살펴보고 나니, 이번에 철도공사는 승객들에게 다음과 같이 안내했어야 했다. "코레일에서는 정부 지시에 따라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에 관한 보수규정을 개정했으나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9월27일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에서는 철도노조와의 교섭에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노사 간에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파업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열차운행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국민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런 파업 안내문을 읽었다면 나는 큰 불만 없이 KTX-산천호로 광주에 다녀올 수 있었을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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