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과연봉제 저지와 관치금융 철폐를 위한 금융노동자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금융·공공부문 연쇄파업의 도화선이 될 1차 총파업을 성사시켰다. 노조는 "정부가 파업 방해에 이어 규모를 축소 발표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파업 참여인원이 7만5천여명이라고 밝혔다.

반면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는 파업 참여인원이 1만9천여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이다. 금융위는 “모든 은행 영업점이 정상영업 중이며, 인력부족은 없는 상태”라며 “노조의 파업 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에 대한 노조원들의 호응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업 집회가 본격화한 오전 11시까지 참여인원은 꾸준히 늘었다. 제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로 올라오지 못한 금융노동자들이 따로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는 정부의 파업 참여규모 발표와 관련해 “사용자에게 파업 방해를 지시하더니 노골적으로 깎아내리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파업 전날 기업은행·신한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은행 지점장·부행장급 임원 등이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막기 위해 퇴근을 늦추고, 파업 참여를 위협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1일 두 은행을 포함한 7개 은행장을 불러 “직원들의 파업 참가를 자제시켜라”고 지시한 결과다.

노조 관계자는 “언론이 유신 시절의 정부 보도지침처럼 1만9천명이 왔다고 보도하는데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파업 현장의 3분의 2 정도가 채워졌는데 그렇다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스텐드와 그라운드를 합쳐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냐”고 반문했다.

노조는 이날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10월부터 2차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오늘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용자의 성과연봉제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더욱더 끈질기게 싸울 것”이라며 “한국 노동운동의 명운이 걸려 있는 싸움에서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노조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법적으로 맞설 방침이다. 교섭도 재개한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사실상 해체 상태인 만큼 산별교섭이냐 개별교섭이냐를 두고 갈등이 예상된다. 27일부터 이어지는 공공부문 연쇄파업과 양대 노총이 국회에 요구하고 있는 협상 창구 마련 여부가 금융권 성과연봉제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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