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단계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산하기관에 적용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는 ‘선 제도 도입, 후 보완 전략’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노조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압박하자, 산하기관이 불법 논란을 무릅쓰고 이사회 개최를 감행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장·차관과 기조실장 주재
산하기관 회의 잇따라 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25일 노동부 산하기관인 A기관이 작성한 3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올해 3월11일(기관별 성과연봉제 추진현황 및 계획)과 4월21일(기관별 성과연봉제 확대방안 추진현황), 6월2일(성과연봉제 도입현황 및 차후 추진계획)에 작성된 문건이다. 해당 문건들은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주재한 11개 산하기관 기획이사 회의에 제출된 것이다. 성과연봉제 추진과 확대계획, 도입현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노동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장·차관 및 기조실장 주재 회의’ 자료에 따르면 박종길 기조실장은 3월11일, 4월21일, 5월13일, 6월2일 네 차례 산하기관 기획이사 회의를 주재했다. 4월27일에는 고영선 차관이, 5월4일에는 이기권 장관이 산하기관장을 불러 모았다. 회의는 자료를 전량 회수하는 식으로 일체 비밀에 부쳐졌는데, 이번에 그중 일부 자료가 공개된 것이다.

A기관이 3월 회의에 보고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계획'에 따르면 A기관은 2월에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관발전 전담TF’를 구성했고, 3월에는 외부 컨설팅기관과 성과 중심의 최적화된 혁신(안) 표준모델 개발 계획을 마련했다.

‘선 제도 도입, 후 보완 전략’ 따라 이사회 의결 강행

4월21일 자료에는 보다 진전된 내용이 들어갔다. 3월30일 △1단계 확대도입 준비 △2단계 노조협의 및 직원설득 △3단계 원칙견지 및 관철이라는 단계별 성과연봉제 도입방안을 마련했다. 4월1일에는 표준모델 개발을 위한 외부컨설팅사를 선정했다. 당시 노동부유관기관노조(위원장 류기섭)를 비롯해 노동계는 성과연봉제에 거세게 반발했다.

A기관은 회의에서 “6월까지 노조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선 제도 도입, 후 보완 전략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보고했고, 그대로 실행했다. 6월 회의 문건에서 A기관은 “5월 말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사회 의결 이후 노사합의 전략 및 노조 시나리오별 대응매뉴얼에 따라 차질 없는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 예정”이라고 적시했다. 성과연봉제 강행 도입을 위한 시나리오별 매뉴얼이 있다는 방증이다.

11개 산하기관은 기획이사 회의에 지정된 양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문제를 내면 답을 적어 내는 방식이다. 김삼화 의원이 이날 입수해 함께 공개한 노동부 산하기관 B기관의 '정책실무협의회 제출자료'는 A기관 문건과 형식·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먼저 현황을 소개하고,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계획을 명시한 다음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 관련 기관 이슈사항을 보고하는 식이다.

B기관은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계획’으로 △TF 구성 △외부전문가 교육 △노사협의회 개최 △컨설팅을 통한 평가와 보수체계 연계성 강화를 제시했다.

문건대로 6월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완료

노조에 의하면 노동부 11개 산하기관 중 10곳이 5월 말까지, 1곳이 6월 중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중 6곳이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류기섭 위원장은 “그동안 노동부가 기획한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만 돌았는데 이번 문건으로 사실로 확인됐다”며 “산하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노동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노동부 기획하에 산하기관들이 이사회 의결 이후 노사합의 및 노조 시나리오별 대응매뉴얼까지 만들어 성과연봉제를 강행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동부가 노사 자율교섭을 무시하고 노동법을 위반함으로써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극심한 분쟁을 야기했다”고 질타했다.

한편 노동부는 김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해당 회의들은 노동부와 산하기관 간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한 소통의 자리였다”며 “별도의 결과보고서는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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