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오표 공인노무사(발전노조 법규국장)

대상판결 : 대상판결 : 대법원 2014다5098(본소) 임금, 2014다5104(반소) 부당이득반환

1. 들어가며

오래 전부터 버스노동자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해 왔다. 부당한 전보발령을 받은 버스노동자와 상담을 하던 중 서울시내 버스사업장이 단체협약에 따라 1일 2교대제(1일 9시간 근무로, 1시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로 운영됨에도 시내버스 회사는 격일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 시내버스 회사는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 격일제 근무(격일로 18시간 근무)를 하게 하면서도 연장근로가 10시간임에도 2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만 지급하고 있었다. 또한 차고지와 버스 출발기점이 달라서 매일 1시간 정도의 공차 운행이 발생함에도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이 시내버스 회사에서 소수노조를 구성하고 있는 조합원 6명이 연장근로수당과 공차 운행에 대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1심 판결 이후에 다수노조의 조합원 일부도 소송을 진행했음). 이 시내버스 회사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의 성립, 연장근로 가산금 채권 포기,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공차 운행이 정규 근로시간 범위 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22일 근로를 기준으로 지급된 기본급과 상여금을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면서 반소를 제기했다.

2. 판결의 의미

가. 격일제 근무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이번 판결은 “근로시간은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이 매일 연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 한하지 않으며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는 교대제 근무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포괄임금약정에 대한 회사 주장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했는지는 근로시간·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눠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했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임금지급에 관해 노동조합과 사업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이 존재할 뿐 포괄임금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합의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노동자들이 입사한 당시부터 수년간 격일제 근무방식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회사로부터 1일 2교대제 지급방식에 따라 산정한 연장근로수당을 받아오면서, 출퇴근 비용부담 완화 등을 고려해 격일제 근무방식을 선호했더라도 운행 경로가 정해져 있고, 운행 시간 역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노선 운행 특성상 노동자들의 근로형태가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어서 굳이 실제 근로시간을 묻지 않고 여러 수당을 받기로 하는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약정을 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 일부 노동자들이 회사가 제공한 ‘종일 근무로 인한 추가 연장근로수당 없음’의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에 대해서는 회사가 격일제 근무를 시행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연장근로수당 상당액의 지출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부터 위 동의서에 집단으로 서명을 받음으로써 위 동의서에서 서명한 노동자들과 임금채권 포기에 관한 합의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근로자와 사용자가 장래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 수당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기준을 어기는 것이고, 이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15조를 위반한 합의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노선 폐지 등의 외부적 여건 변화로 승무사원의 배치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승무사원이 출퇴근 비용 증가 등을 호소하면서 공차 운행이나 근로시간 연장에 따른 불이익을 모두 감수할 것을 전제로 격일게 근무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던 점에도, 노동자들이 지금에 와서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할 수 없다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노동자들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 공차 운행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 바, 노동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노동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전제하에, 공차 운행은 버스 운행 개시에 필수불가결한 업무 관련 행위이므로 이에 들어간 시간은 근로시간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다. 반소청구

재판부는 이 사건 소가 급여 전체를 다시 산정해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1일 8시간만을 근로하도록 하고, 만일 하루에 8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제공했다면 그 초과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50%의 가산수당을 주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56조를 위반한 것이니 법에 따른 가산수당과 그에 따른 추가 퇴직금을 청구하고, 아울러 공차 운행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청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임금협정에 따른 1일 2교대제와 1일 기준 근로시간 8시간 근무를 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새로운 급여산정방식에 따라 임금을 청구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해,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 정한 임금산정방식은 시간당 시급을 기준으로 기본 근로시간 8시간씩 22일을 근로한다고 가정할 때 근로시간인 176시간을 근로한 자에게 이에 해당하는 월 기본급을 준다는 것이지, 노동자가 사용자와 별도로 합의한 근무제도를 준수하면서 임금협정상 월 기준 근로시간을 근무했음에도 근로일이 형식상 22일에 미달한다고 해서 부족한 근무일수만큼 대응해 임금협정에서 정한 기본급을 삭감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사건과 같이 격일제 근로를 통해 위 근로시간을 충족한 노동자들에 대해 단지 근로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월 기본급을 삭감하거나 이미 지급한 기본급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근로기준에 관한 최저기준을 정해 그 기준 미만의 근로조건을 무효로 하는 근로기준법 제3조와 제15조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해석 방식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3. 덧붙여서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연장근로는 격일제에도 적용된다는 교과서적 원칙을 인정받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듯이 노동자들에게 권리 찾기란 참으로 멀게만 느껴진다. 더불어 회사 이익을 위해 도입한 격일제 근무를 회사가 마치 노동자들의 요구로 도입하고 노동자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제도라고 강변한 것이나, 재판 과정에서 다수노조 지부장이 회사측 증인으로 출석한 사실에 노동자들은 큰 아픔을 겪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